<앵커>
30년전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됐다 극적으로 탈출한 납북어부 김병도씨가 오늘(11일) 꿈에도 그리던 고향에서 추석을 지냈습니다. 오늘 테마기획은 그 특별한 한가위를 취재했습니다.
이병희 기자입니다.
<기자>
추석을 하루 앞두고 김병도씨는 조카들과 함께 부친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묘소는 그대로인데 스무살 청년이던 아들은 어느새 주름이 깊게 패인 중년으로 변했습니다.
북에서 30년을 버티게 한 건 바로 고향이었습니다.
{김병도/1973년 납북 어부 : 고향 생각이야 언제나 했죠. 언젠가는 내가 고향에 가서 아버지 제사를 지낼 수 있다. 지내겠다.}
어머니는 장남 없이 치렀던 우울한 명절들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이주순(80)/ 어머니 : 나는 명절때마다 내내 울었어요. 만날 바다 쳐다보고 '이 바다로 갔는데...' 싶어서 바다 쳐다보고 울고...}
고향 통영에 돌아온지 이제 겨우 한달반. 북한과 다른 명절 분위기에 놀랍니다.
{해마다 명절때면 음식을 이렇게 많이 합니까? 야! 이렇게 많이 하다니.}
지난 73년 북한 경비정에 납치된 뒤, 힘겹고, 고단했던 억류자의 삶.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중국에서 어머니와 상봉한 것이 올해 4월이었습니다.
이제 장남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맘은 뿌듯합니다.
{올해는 큰 아들이 와서 제를 드리니까 얼마나 마음이 좋아.}
하지만 북에서 가족을 꾸렸던 김씨는 남기고 온 피붙이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막내 아들이 제일 보고 싶습니다. 그 애가 17살인데... 지금 어떻게 됐는지 정말 근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