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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노숙자들의 주방장

<8뉴스>

<앵커>

테마기획, 오늘(1일)은 노숙자들의 주방장으로 통하는 한 천주교 수사의 얘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벌써 12년째 이국땅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이 일본인 수사를 한승희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이른 아침, 장을 보는 남자. 2백50명 분의 점심식사를 매일 준비하는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입니다.

마늘, 감자, 뭐든지 큼직한 놈으로 고릅니다.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 : 큰 거 하면(고르면) 일할 때 쉽게 할 수 있죠.}

오늘 메뉴는 닭튀김에 미역무침. 고사카 수사는 능숙한 솜씨를 발휘합니다. 점심시간은 한시간이나 남았지만, 문 밖에선 벌써 줄을 섭니다.

{더! 다 줘, 밥.}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 : 다? 다? 배 아플까봐 걱정이야.}

노숙자나 독거노인. 대부분 한끼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고사카 수사는 12년째 점심을 대접하고 있습니다.

밥값으로 꼭 2백원을 받고 남기면 벌금으로 2천원을 받습니다. 얻어 먹는게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 : 일자리가 있으면 열심히 일해요, 사람들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먹으면 힘을 내니까.}

지난 89년 한국말을 배우려고 한국에 온 고사카 수사는 뿌리깊은 반일감정을 알게 되면서 한국에 남아 봉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 : 일본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일을 하면 한국사람의 감정이 바뀌지 않을까 해서.}

요즘 들어서는 새로운 걱정이 생겼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사카 빈첸시오 수사 :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뭔지 아십니까? 무관심. 우리가 항상 관심있으면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소외된 우리 이웃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고사카 수사. 그가 내미는 따뜻한 밥은 우리의 무관심을 꾸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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