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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안전한가?

<8뉴스>

<앵커>

대구 지하철 참사의 원인을 곰곰히 되짚어보면 이렇게까지 인명피해를 보아야했는지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거듭되는 인재 속에 우리는 과연 안전한가하는 의문, 많은 분들이 갖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사회 1부 김형민 부장이 짚어봤습니다.

<기자>

믿겨지십니까? 이 작은 플라스틱통 하나에 담긴 휘발유 7000원어치가 200명 이상의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의 대참사를 불렀습니다.

신체적 장애로 제 몸 하나 완전히 가누지 못하는 소외계층의 한 50대 남자가 많은 사람과 함께 죽고 싶다는 이유로 자살 장소로 택한 곳이 대구의 지하철.

불장난 정도로 끝났을 수도 있는 우발범행이 지하철 최악의 참사로 번져간 이 대형사고의 전말을 보면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95년 일본 도꾜 지하철역에서 있었던 사린 독가스 사고로 12명이 죽고 5500명이 중상당한 것을 돌이켜보면 사고의 단순성에 비해 사상자수가 턱없이 커진 이번 참사의 규모에 더욱 아연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오늘의 비극적 상황을 불러일으켰는지 그 원인을 짚어보겠습니다.

첫번째 원인을 한마디로 말하면 대형사고 때마다 수없이 되풀이 들어온 안전불감증입니다.

어줍지 않은 방화에도 마치 불쏘시개처럼 활활 타버릴 좌석시트와 바닥재를 깐 채 5년이상 버젓이 전동차를 운행하게 내버려 둔 당국의 안전불감증 말입니다.

문제의 전동차는 건교부의 전동차 안전기준이 마련되기 1년전인 지난 97년에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고를 키운 두번째 원인은 초기대처에 무력함을 보여준 당국의 허술한 긴급대피체계입니다.

지령실로부터 구체적 상황설명을 듣지 못한채 불타고 있던 역 승강장에 진입한 1080호 전동차에서만 70명 넘게 숨진 것은 "운행을 막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지하철 공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애꿎은 희생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1080호 전동차의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희생이 더 컸다는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도 기관사가 위기상황에 과연 적절히 대처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간신히 전동차에서 탈출한 상당수의 승객조차 단전으로 암흑이 돼 승강장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숨진 것은 지하철 공사측이 과연 역 구내화재에 대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었는지에 대한 한없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으로 나라밖 사람들에게 대형참사의 왕국으로 비쳐치던 터, 또다시 맞은 대형참사로 과연 우리에게 사회적 안전망이 있기는 한 것인가하는 근본적 회의에 부딪치게 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를 당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감 속에 국민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지금이야말로 미국과 일본, 유럽 선진국의 국가적 재난관리 시스템에서 배울 것은 똑바로 배워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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