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휴대전화로 "엄마, 숨 못 쉬겠어"

<8뉴스>

<앵커>

재작년에 일어난 미국의 9.11 테러 때처럼 긴박한 순간에 피해자들을 지상의 가족들과 연결시켜 준 것은 휴대전화였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가족들에게 이 전화는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양만희 기자입니다.

<기자>

이글거리는 불덩이, 지독한 연기가 숨통을 조여오는 순간, 지하철 안 승객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휴대전화였습니다.

{전화받은 피해자 가족 : 전화를 해 이야기를 했단 말이라. 지하철역에 불났는데 사람들 빨리 대피시켜야 된다고... 우예 됐나 하니까, 아직 상황 판단이 안됐대. 어딘 지를 모르고 있더라고.}

결혼한 지 여덟 달밖에 안 된 26살 민심은씨는 남편에게 애타게 전화를 건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민창희/실종 민심은씨 아버지 : 신랑한테 전화해서 숨막힌다고 답답하다고 하고 그러고 전화가 끊겼어요.}

44살 장 모씨도 어제(19일) 아침 20살 꽃다운 딸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엄마, 지하철에 불이 났어. 영아야, 정신 차려야 돼. 엄마, 숨을 못 쉬겠어. 영아, 영아... 숨이 차서 더 이상 통화를 못하겠어. 엄마, 그만 끊어.}

엄마의 간절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딸의 목소리는 이내 멀어지고 맙니다.

{영아야, 제발 엄마 얼굴을 떠올려봐. 엄마, 사랑해...}

중앙로역에서 승객들이 밖으로 건 휴대전화 통화는 불이 난 오전 9시 55분을 전후한 2시간 동안 평소보다 30% 넘게 폭증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승객들이 숨지고 난 오전 11시 이후 통화량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제 유족들은 어제의 전화 목소리를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가게 됐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