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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들의 안타까운 추석맞이

<8뉴스>

<앵커>

집을 잃은 수재민들은 임시 거처인 컨테이너에서 차례상을 올려야만 했습니다.

홍순준 기자입니다.

<기자>

주민 절반이 삶의 터전을 잃은 강원도 삼척시 풍곡리. 어수선한 속에서도 명절의 분위는 곳곳에서 풍겨납니다. 송편과 햇곡식, 햇과일이 오른 차례상 앞에서 절을 올립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 한칸 없는 이들 수재민들에게 추석상 차리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차례상을 차려야 할지 말지 며칠동안 잠을 설치며 고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흙묻은 제기들을 씻고 정리한 뒤, 어제(20일)는 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 이건 얼마요?"

"그건 3천원이고요, 이건 1천원이고요."

부모들은 속이 타지만 송편을 빚는 아이는 신이 났습니다. 철모르는 아이를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또 한번 미어집니다.

{박명옥/강원도 삼척시 풍곡리}
"앞으로 겨울도 다가오고 살일이 막막한데 이 철부지가 되어가지고."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차례상이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장홍중/수재민}
"집도 없어지고 정황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 아침 먹는대로 그대로 차려놓고 조상님들께 인사를 드려야 안되겠습니까?"

외지로 나간 자손들은 차례음식을 준비해 왔습니다.

{이수영/수재민 가족}
"제수용품은 여기선 만들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부천에서 사가지고 미리 만들어서 내려왔죠."

형과 어머니를 한꺼번에 잃은 주민은 악몽이 떠올라 명절을 잊기로 했습니다.

{민병호/수재민}
"성묘 못가요. 오지 말라 했으니까, 혼자도 안가요. 가보면 마음만 아프고..."

1년 중 제일 넉넉하다는 추석이지만 수해의 상처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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