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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구사일생 복돼지 일가족

<8뉴스>

<앵커>

수해는 사람 뿐 아니라 말 못하는 짐승들에게도 커다란 시련입니다. 강릉에 큰 비가 오던 날,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살아난 행운의 돼지 일가족이 있습니다.

테마기획, 이주형 기자입니다.

<기자>

서로 서로 꼭 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는 새끼 돼지 6마리. 하마터면 세상 빛을 못볼 뻔했던 생후 나흘째인 흑돼지들입니다.

강릉시 월호평동. 어미돼지가 이곳에 나타난 것은 엄청난 비가 쏟아져 마을이 온통 물에 잠긴 지난 1일입니다. 폭우에 어디선가 떠내려온 것입니다.

"시커먼 돼지가 여기 엎드려있더라구."

제 한몸 추스리기도 어려울 판이라, 김순옥씨도 처음에는 거둘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돼지는 뭐가 불안한 지 안절부절 못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나흘이 지났습니다.

{조보형/마을주민}
"새끼만 새까만게 8마리가 바글바글, 큰 돼지는 없더란 말입니다."

새끼 8마리를 낳은 어미 돼지는 10m 쯤 떨어진 창고에서 2마리를 더 낳고, 탈진해 쓰러져 있었습니다.

{김순옥/최초발견자}
"사람이 죽을 지경인데 그깟 짐승 돌볼 새가 없으니 우습게 생각했다가. 우리도 자식 얘기하잖아요. 그렇게 보니 너무 불쌍해서..."

김씨 가족은 수해로 집과 농장이 쑥대밭이 된 와중에도 돼지 우리를 만들고 사료를 구해다 돼지들을 보살폈습니다.

난산 끝에 새끼 4마리는 죽었지만, 어미와 남은 새끼들은 기력을 되찾았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 흑돼지 가족은 이제 수재민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복권 사러가라 그러구, 아주 복덩이가 들어왔다구."

"짐승이나 사람이나 안 그렇습니까. 생명이... 돈을 떠나서... 서로 만나서 살았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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