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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강원 영동, 때아닌 귀향 발길

<8뉴스>

<앵커>

이번 수해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강원 영동지역에는 때아닌 귀향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해지역에 고향을 둔 한 귀향객의 고향 방문기, 테마기획 이주형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에 사는 배선훈씨는 회사일을 제쳐두고 그제(5일) 급히 휴가를 냈습니다.

{배선훈/회사원, 서울 거주}
"지난 주 토요일 아침, 어머니와 전화하고 지금까지 통화를 못해 궁금해서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길은 고향 어귀부터 끊어져 있습니다. 고향집에 가져갈 먹거리가 든 배낭을 메고 배씨는 걷기 시작합니다.

얼마를 걸었을까,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산좋고 물 맑은 배씨의 고향입니다. 하지만 이도 불과 며칠사이 옛 말이 됐습니다. 도로는 쓸려내려갔고, 전봇대는 쓰러져 있습니다.

{배선훈/회사원, 서울 거주}
"황당하네요. 다행히도 인명피해가 없답니다."

동네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수해 때문에 형편없다구요. 엄청나요."

마을 회관 앞에서는 중장비가 동원돼 흙더미를 치우고 길을 냅니다. 고향집은 얼마나 많은 피해를 봤을까, 배씨의 표정이 점점 굳어집니다.

집 근처, 닷새째 고립상태에서 지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너희 집도 가봐라, 형편 없어. 사람들 갈 데도 없고."

급한 마음에 발걸음은 빨라지고, 온통 흙더미로 덮힌 집 앞 논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당에선 거제도에서 먼저 올라온 동생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집에 뛰어들어가 보니 일을 하던 어머니가 반갑게 배씨를 맞이합니다. 어머니의 건강한 모습에 한 걱정을 덥니다.

"곳간이 다 박살나고 여기 치고 저기 치고 구들 아래로 싹 다 떠내려가고."

산사태로 하마터면 집이 통째로 묻힐 뻔 했습니다. 추석을 코 앞에 둔 배씨의 때아닌 귀향, 오랫만에 동생도 만났고, 무엇보다 모두 무사해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산더미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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