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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의 하루...눈물겨운 복구작업

<8뉴스>

<앵커>

진흙으로 뒤덮인 집에서 눈물겨운 복구 작업을 벌여야 하는 현실,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그 참담한 심정을 누가 알겠습니까.

한 수재민의 하루를, 남승모 기자가 함께 했습니다.

<기자>

오전 7시. 칠순을 앞둔 나이지만 권영근 할아버지는 벌써 집 정리에 분주합니다. 30년 넘게 살아온 삶의 터전이 수마에 쓸린 뒤 문짝하나 성한 게 없습니다. 겨우내 먹으려고 묻어둔 감자도 폭우에 쓸려 몇 알 남지 않았습니다.

{권영근(69)/강릉시 초당동}
"아까워서 이렇게 손질은 하지만 먹지 못할 것 같아요."

앞을 볼 수 없는 불편한 몸이지만 쉴 틈이 없습니다. 옆에서 돕던 할머니는 서울서 온 안부전화에 참았던 설움이 복받칩니다.

{정정원(70)/권영근 할아버지 부인}
"아이고 말도 마요, 피난 다니느라고 다른 집 다니면서 자고 밥 얻어 먹고..."

젖은 옷을 말리고 그릇을 치우다 보면 어느 새 점심 시간. 하지만 밥을 지을 곳도, 먹을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마당에 쪼그려 앉아 먹는 김밥이 전부입니다. 그리고는 또 다시 집안 정리, 힘들 때면 물난리를 견뎌준 소가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권영근 할아버지}
"피난 하느라고 혼났다. 그 동안 잘 있었냐? 밥도 잘 못먹고 배고팠겠다, 이놈들..."

닦아도 닦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복구작업.

{권영근 할아버지}
"참, 죽고 싶은 심정이죠."

오늘(4일)도 하루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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