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주간베스트] 서울 도심 속 오리가족

<8뉴스>

<앵커>

하루에 한번 흙을 밟아보기도 어려운게 요즘 도시에 사는 분들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주위를 주의깊게 둘러보면 삭막한 콘크리트 숲속에서도 자연은 숨쉬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 한 복판에 둥지를 튼 야생 오리가족을 정하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미 오리의 따스한 체온을 받고 마침내 새끼 오리 9마리가 알을 깨고 태어납니다. 처음 보는 세상, 아직 둥지를 벗어날 엄두는 나지 않지만 주위를 둘러보는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합니다.

스무하루동안 꼼짝않고 알을 품은 어미는 기진맥진한 상태에서도 주위에 대한 경계를 놓지 않습니다. 겨울 철새였지만 이제는 텃새가 돼버린 흰뺨검둥오리입니다.

야생 오리가족이 둥지를 튼 곳은 서울 한복판 여의도공원의 연못. 사방으로 둘러싸인 빌딩숲속에 인공으로 마련된 조그만 자연공간입니다.

어미 오리의 모성본능은 인간과 빌딩으로 둘러쌓여 오히려 천적으로부터 안전해진 연못안 섬을 번식의 장소로 선택케 했습니다.

{이정우/조류학자}
"사람들이 펜스 바깥으로만 돌게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그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한 것으로 판단한 듯 합니다."

물과의 첫 만남, 새끼 오리들은 헤엄치는 법을 본능으로 압니다. 분주히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연잎 위를 잰걸음으로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태어난 고향이 서울 여의도인 탓인지 주변을 경계하는 어미와는 달리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습니다.

{김춘근/인천시 가좌동}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면 (자연이) 자연스럽게 오지 않느냐. 가까이"

취재도중 새끼오리 한마리가 헤엄치다 연못 배수구로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30여분의 수색작업 끝에 인근 하수구에서 떠내려온 새끼오리를 구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녀석으로선 세상에 나온 첫 신고식을 아주 혹독하게 치른 셈입니다.

연못의 오리 가족은 이제 조만간 공원을 떠나게 됩니다. 다른 오리들이 모여 사는 여의도 샛강이나 한강 밤섬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여의도 공원의 명물의 된 오리 가족, 시민들이 본 것은 단순한 새끼 오리의 재롱이 아니라 결코 보기 어려울 것 같았던 도심속의 자연, 그리고 생명이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