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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만에 빚 갚은 60대 노인

<8뉴스>

<앵커>

채권자가 이미 세상을 떠나 갚지않아도 그만, 안 갚아도 그만인 빚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 60대 노인은 채권자의 후손을 수소문 끝에 찾아내 자신만 아는 42년 전의 빚을 갚았습니다.

테마 기획 이주형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67살의 장일감씨는 세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부인과 함께 순탄한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할버지씨에게는 평생을 따라다닌 마음의 짐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 1960년, 서울 방산시장에서 외제품 잡화상을 하던 어려운 시절, 옆 가게 주인 정기순씨에게 줘야할 물품대금 23만원을 안 갚은 일입니다.

그 때만해도 쌀 한가마니에 7천 5백원하던 시절, 채권자인 정씨는 남편을 여의고 혼자 어렵게 외아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장일감(67)/서울 녹번동}
"물건 값을 줄 게 있었는데 못줬죠. 차일피일 미루다가... (채권자인 정씨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채권자는 돈을 꿔준지 열흘쯤 뒤에 세상을 떠났지만, 장할아버지의 기억에서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장일감}
"나이 70이 가까워 오니까 항상 양심의 가책이 되고..."

장 할아버지는 지난 달부터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정씨의 아들을 찾아나섰습니다. 정씨 아들이 다녔던 초등학교는 물론 교육청, 경찰서까지 찾아가 수소문하기를 한달여, 경찰의 도움으로 지난 16일 마침내 정씨의 아들 김석근씨를 만나 5백만원을 쥐어줬습니다.

김씨는 어머니가 받을 돈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김석근/채권자 아들}
"이게 꿈인가 이런 생각도 하고. 아 지금 이 시대에 이런 분이 아직도 생존해 계시는구나."

장 할아버지가 아무도 모르는 빚을 채권자의 아들까지 찾아내 42년만에 갚은 것은 특별히 도덕의식이 높아서가 아니었습니다. 또 무슨 큰 동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장할아버지는 그저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장일감}
"사람이...양심의 가책이 떠나지 않았어요. 갚아야 원칙 아니냐...사람이면...인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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