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서울의 한 팔순 노인은 동네 쓰레기를 30년이 넘도록 줍고 계십니다. 여기에는 이런 속죄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테마기획, 유영수 기자입니다.
<기자>
이른 아침 서울 경희대 정문 앞의 골목에서는 쓰레기를 줍는 한 할아버지를 매일 만날 수 있습니다. 담배 꽁초를 능숙하게 넣는 이 할아버지는 그러나 환경 미화원이 아닙니다.
올해 84살의 김남식 할아버지는 정년 퇴임한 전직 선생님입니다. 할아버지의 '쓰레기 줍기'는 지난 68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4년째 한결같이 이어져왔습니다.
{이웃 주민}
"꼭 아침저녁으로 청소하세요. 이 시간대와 아침에, 3시에, 저녁때 또 하고 그래요"
{기자}
"집게는 얼마나 쓰셨어요."
{김남식 할아버지}
"집게는 한 20년동안 썼어요"
김 할아버지가 이렇게 매일 청소를 하는 이유는 일제 때 교사로서 친일 교육을 했던 죄값을 조금이라도 치르기 위해서입니다.
{김남식 할아버지}
"일본을 돕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한 것은 참 챙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죠."
김 할아버지에게 특히 가슴아픈 기억은 당시 학교에서 한글을 쓴다고 어린 학생들을 혼냈던 일입니다.
약관의 나이에 조직적인 일제의 강압을 견디기 어려워 한 일이었지만, 가슴에 씻을 수 없는 부끄러움으로 남았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이후 지난 85년 평교사로 정년 퇴임할 때까지 아이들에게 떳떳한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제의 잔재인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초등학교'로 바꾸자는 운동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그러나 여전히 자신은 벌받아 마땅한 친일반역자라고 말합니다.
{김남식 할아버지}
"죽을 때까지 (쓰레기를) 줍는다고 해도, 왜정때 지은 죄는 갚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성과 부끄러움이 사라진 시대에 김 선생님의 한결같은 '속죄'의 실천은 '아름다운 참회록'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