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복용도 병원 책임"

<8뉴스>

<앵커>

자살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에게 치료약을 1주일치를 한꺼번에 조제해줘 결국 자살로 이어졌다면 병원측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환자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입니다.

곽상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30대 이모씨는 재작년 10월 교통사고를 당해 경기도 광명시의 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이씨는 이 병원 정신과에서 조제해 준 치료약 8봉지를 한꺼번에 먹고 자살을 기도했고 결국 5일만에 숨졌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병원이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병원측은 이씨의 우울증 증세가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며 반발했습니다.

{피고 병원 관계자}
"일주일치씩 계속 준 것은...금방 진짜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으면 그렇게 못 주죠. 단지 잠이 안 온다..."

법원은 이에 대해 "정신질환자가 과다복용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약을 병원측이 1주일치나 한꺼번에 조제해 준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이씨의 음독 자살에 병원의 책임도 있다며 유족에게 3천8백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형운/변호사}
"정신질환자가 병원에서 투약한 약을 복용함으로써 자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태였으므로 따라서 이번 판결은 병원측의 보다 세심한 주의 엄격히 요하는 판결이라 볼 수 있습니다."

환자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확대 해석했다는 의료계의 비판도 있지만 이번 판결은 치료기관의 주의의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료분쟁에 새로운 잣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