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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원칙' 없는 간판 규제

<8뉴스>

<앵커>

서울시가 지난 99년부터 거리에서 붉은 색 간판을 몰아내고 있습니다. 미관을 해친다는 것 입니다. 그런데 붉은 색 간판이 예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 듯 합니다. '무조건 안돼'에 익숙한 전형적인 행정규제입니다.

집중취재 남승모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신촌의 한 번화가입니다. 밤거리 여기저기서 붉은색 간판이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습니다.

{시민}
"빨간색이요? 괜찮은 것 같은데요."

{시민}
"확 띄니까 예쁘고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간판들 모두가 불법광고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서울시가 붉은색 간판들을 규제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너무 서울의 간판문화가 그야말로 붉은색화 되지 않느냐는 여론이 있었어요. 심한 제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붉은색 로고를 사용해온 기업들은 이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간판교체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막대한 돈을 들여 쌓아온 기업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덕수/기업체 로고 담당자}
"상표법에서 허가받은 것을 조례로 규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또 붉은 간판을 쓰고 있는 외국계 업체들도 통상압력이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규제에 일관성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 조례는 광고물 바탕에 원색의 적색이나 흑색을 2분의 1이내로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붉은색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우체국의 경우 붉은색의 간판을 쓰고 있는데도 규제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또한 바탕색만을 규제하고 있어 붉은 글씨로 가득찬 간판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한문철/변호사}
"홍콩의 붉은 야경을 백만불짜리라고 하는데 비춰 서울시가 붉은색 간판을 규제한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일 수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행정당국은 해당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명확한 기준조차 없는 획일적인 행정규제 때문에 도시미관을 확보하겠다던 서울시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불필요한 비용부담만 늘어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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