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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눈물어린 시집

◎앵커: 산골소녀 영자는 최근 불문에 귀의했습니다. 강도의 손에 비명횡사한 아버지 이원연씨는 가슴 시린 몇 편의 시를 남겼습니다. 테마기획은 오늘(2일) 부녀의 시집, "영자야 산으로 돌아가자"를 소개합니다. 이재철 기자입니다.

○기자: 몇달전 한 강도살인범의 검거소식은 충격이었습니다. 산골에서 들꽃처럼 살던 영자 시인이 세상의 화제가 된뒤 아버지 이원연씨가 강도의 표적이 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들의 때묻지 않은 티없는 생활에 세상 모두가 부러움을 느낀터라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고 이원연씨의 시집은 마치 이런 일을 예감한 것처럼 바깥세상에 공개되고 만 자신들의 생활에 대한 후회로 가득차 있습니다. 세상을 전혀 모르던 딸의 외출을 막지 못한 자책이 담겨 있습니다.

"방송에 나가는 일을 막아야 했다. 산골에 사는 일이 무슨 구경거리라고 부족한 애비의 생각이 짧아서 생긴 일을 이제와서 할 말도 없다"

특히 자신을 홀로 남겨놓고 세상속으로 떠난 딸을 부르는 아비의 애처로운 심정은 처절했습니다.

"내 살을 베어도 이보다 낫겠다 찬 새벽 눈길을 걸어 떠난 이 길에서 너를 부를 애비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느냐"

시에서의 예감처럼 해맑기만했던 이들의 삶은 갈갈이 찢겨졌습니다. 세상은 이들의 순수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습니다.

산골에서 목놓아 딸을 기다리던 아비는 강도의 표적이 돼 비명에 숨지고 딸은 막막한 슬픔을 이기지 못해 불문에 귀의하고 말았습니다.

<김기은(신풍출판사 대표) "두 부녀를 보면 참 평화롭게 지내더라구요, 수수하고.. 그런데 이런 일을 당해 마음이 아팠고 이 각박한 세상에 참 저런 분들이 평화롭게 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비통합니다.">

청노루 같은 삶을 이어주던 이들의 보금자리 사무곡은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아 적막속에 갇혀버렸습니다. 주인을 잃어버린 시집 영자야 산으로 돌아가자 이 시집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가장 슬픈 시집일지도 모릅니다.

SBS 이재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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