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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 '엑소더스'

◎앵커: 최근 밀항선을 타거나 중국 조선족으로 위장해 우리나라에 몰래 들어오는 탈북자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SBS 취재팀이 한 탈북 여성의 입국 과정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노홍석 기자입니다.

○기자: 중국 연길공항. 한국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관광객들로 북적댑니다. 지난 98년 북한을 탈출한 김 모양도 한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비행기에 오릅니다. 잠시 후 승무원이 여권을 요구하자 김 양은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합니다. 김 양은 신분을 숨기고 중국 조선족 여권으로 결혼 비자를 받은 탈북자이기 때문입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기내식도 모래알 씹는 기분입니다. 도착 시간이 다가오자 김 양은 초조함에 연신 손을 만지작거립니다. 다른 승객들이 모두 나간 뒤에도 김 양에 대한 입국심사는 계속됩니다. 입국심사관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듯 여권을 몇 차례나 위조 판독기에 넣어보며 질문을 건넵니다.

<입국심사관"결혼하시는 분 주소하고 전번호 있으면 주세요.">

간신히 심사를 통과한 그녀는 서둘러 입국 장을 빠져 나옵니다. 기다리던 결혼 상대자를 만나고 나서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 듯 연신 목을 축입니다. 짐을 푼 집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요청하자 김 양은 완강히 거부합니다.

<김 모양(탈북녀)"카메라 찍지 마시라니까 왜 그래요.">

공항에서 왜 탈북자임을 밝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양은 북에 남은 가족들 때문이라며 울먹입니다.

<김 모양(탈북녀)"내 자신 발언하는 이 순간부터 내 자신을 우선 북조선에다 감출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오직 난 결혼(목적)으로 가서 한마디로 신분을 숨기고 살고 싶었어요. 부모들 때문에, 오빠 때문에...">

김 양은 비록 신분을 숨겼지만 이렇게 한국에 오게 된 것만 해도 자신으로서는 큰 행운이었다고 털어 놓습니다.

<김 모양(탈북녀): 누구나 다 한국에 나오길 원하지요. 내가 이렇게 한국에 나오는 게 상층에도 가장 상층에 속하니까 누구든지 다 나오고 싶어해요.>

김 양은 자신과 같은 방법으로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이 꽤 많다고 말합니다.

<김 모양(탈북녀)"내가 우리 동창들 이름 찍어서 댄다면 한 10명 정도는 돼요. 중학교 동창도 있었고 대학 때 동창도 있었고...">

김 양의 말처럼 자진 입국하는 탈북자 수는 갈수록 늘어서 지난 한 해 312명이던 것이 올해는 상반기에만 25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처녀를 아내로 맞게 될 박 모씨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이제는 남남북녀 가정을 꾸려나갈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박 모씨(결혼상대자)"자라온 환경도 틀리고 생각도 틀리고 그럴 텐데 잘 맞추고 살 수 있을까... 이게 먼저 생각이 앞선다고 봐야 되겠죠.">

김 양은 신혼의 단꿈에 젖다가도 북에 두고 온 가족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김 모양(탈북녀)"어머니는 그래도 딸이 결혼도 하고 그걸 보고 싶겠죠. 결혼하는 모습도 못뵈이고 어머니한테 한번도 효도 못했잖아요. 효도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북녘 하늘을 바라보는 김 양의 눈빛은 설렘과 회한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SBS 노흥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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