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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태워버려요

◎앵커: 올 벼농사가 예년보다 풍작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태풍피해를 당한 지역에서는 쓰러진 벼를 다 세우지 못해 버리게 되자 수확을 포기하고 아예 불태우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농심, 대구방송 이승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벼수확을 앞둔 들녘에 때아닌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수확도 하지 않은 벼가 불길에 휩싸여 있습니다. 태풍으로 물에 잠겨버린 벼가 쭉정이로 변하자 실의에 빠진 농민들이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불을 지른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수해를 입은 벼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애써 수확해 산물벼 수매장에 갔다가 퇴짜를 맞고 결국 인건비만 더 날렸습니다. 농민들은 산물벼
수매조차 할 수가 없게 되자 이처럼 추수를 포기한 채 벼를 태우고 있습니다. 불길 속에 채 영글지 않은 벼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흰 속살을 드러낼 때마다 농심은 검게 타들어 갑니다.

여름 내내 자식 기르듯이 땀흘려 가꿔온 벼가 잿더미가 되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농심은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노상렬(경북 고령면 우곡면): 자식 한둘 낳고, 이렇게 하다 보니까 농사 이짓하면 누가 마음 좋겠어요, 안 좋잖아요.>

소주병을 앞에 두고 연신 담배를 피워 무는 잿더미가 된 농심에게 항구적인 수해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숱한 약속들이 공허하기만 합니다.

TBC뉴스 이승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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