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엇갈려

◎앵커: 정치권에서 가장 큰 반발을 보인 곳은 김종필 명예총 재를 비롯한 당 지도부 대부분이 포함된 자민 련이었습니다. 또 새천년 민주당은 시대적 흐름 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데 비해서 한나라 당은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각 당의 반응을 신동욱, 방문신, 박상규 세 기자가 차례 로 보도합니다.

○기자: 자민련의 반응은 일면 당혹, 일면 격분이었습니다. 김 종필 명예총재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대거 명 단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당을 아예 해체하라 는 것이냐, 시민단체가 법 위에 있는 것이냐, 보수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급진 진보 세력의 공작 아니냐. 초강경 발언들이 줄을 이었습니 다.

<김현욱(자민련 사무총장): 명백한 실정법 위반 으로 민주 법치 국가의 법질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위험천만한 혁명적 작태이다.> 명단선정에 민주당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 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무슨 나라가 이러냐, 걱정이다라며 편치 않은 마음의 한자락을 내비쳤을 뿐 오늘 하루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피한 채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SBS 신동욱입니다.

◎기자: 총선연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은 없도록 하겠다, 이렇듯 새천년 민주당은 시민단체의 주장을 시대적인 대세로 받아들이 겠다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이런 뜻이 너무 강 하게 전달될 경우 자칫 공천파동에 휩싸일 수 도 있다는 판단 때문인지 현실적인 대응은 비 교적 신중했습니다.

<서영훈(새천년 민주당): 대통령 뜻이 예전에 가능한 존중하되 가령 당직이라든가, 우리의 당 직이라든가 다른 공직, 혹은 공천 그런 것과 직 접 일치하지는 않는다.> 김 대통령은 새천년 민주당 지도부에게 임명장 을 주는 자리에서 시민단체의 움직임에 지지입 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김 대통령은 시민단체의 요구는 민주주의의 큰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따지고 보면 정치권의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SBS 방문신입니다.

◎기자: 당소속 전현직 의원들이 가장 많이 명단에 포함된 한 나라당은 당혹감 속에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 습니다.

<장광근(한나라당 부대변): 편파 보복사정에 의 해서 기소된 우리 당 의원들을 전부 명단에 포 함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마녀사냥식 명단 공개라고 비난하면서도 시민단체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 한다고 말했습니다.

비공개로 전달됐으면 더 좋 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나타냈습니다. 긴급 당 직자 회의가 소집됐지만 먼저 당사자들의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당 차원의 즉각적인 반발은 자제했습니다.

김윤환 고문과 박관용 부 총재, 신경식 총재특보단장 등 중진들의 처리에 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회창 총재는 이런 복잡한 당내 사정을 의식한 듯 하루 종일 명단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SBS 박상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