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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 놀이터

◎앵커: 공공장소에서 관람예절을 지키는 것, 이것도 다 학교 공부의 연장입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의 무질 서와 객기로 미술관의 작품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2000 윤영현 기자입니다.

○기자: 과천 현대미술관입니다. 방학을 맞아 학생들이 몰려오 면서 전시장은 오랜만에 활기에 넘칩니다. 그러 나 학생들에게 차분한 작품감상은 뒷전. 이리저 리 몰려다니며 뛰어다니기 일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함부로 작품에 손을 갖다 댑니다.

만져 보고 문지르고 심지어 볼펜으로 낙서까지 해 놓습니다. 숙제 때문인 듯 전시장 바닥 여기저 기에 눌러앉아 뭔가를 쓰기도 하고 미술 작품 을 아예 책받침대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오인옥(제주도 제주시): 차분하게 조용히 감상 하고 싶은데 그런 거는 좀 안 되죠. 워낙 유치 원생 들이라든가 초등학생애들이 뛰어다니고 시끄러우니까 그래 가지고 방해되는 편이죠.> 한 조각 작품은 학생들이 하도 만지는 바람에 코 부분이 심하게 닳아 색까지 바랬습니다. 작 품 보호를 위해 사진촬영과 음식물 반입이 안 되지만 이 역시 지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기자: 사진을 왜 찍는 거죠?> <숙제 낼 때 사진을 부착하라고 해서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부모들 조차 덩달아 작 품에 손을 대거나 사진찍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시실마다 미술관 관리원들이 일일이 쫓아다 니며 제재를 가해 보지만 역부족입니다.

<홍수정(현대미술관 작품관리원): 작품의 관람 이 주요가 아니라 사진 찍어서 자료 숙제를 해 가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저희 같은 경우는 제 재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 그분들이 항의를 많 이 하시니까 저희가 좀 어렵죠.> 여름방학 2달여 동안 훼손된 전시작품만 벌써 20여 점, 훼손되거나 파손된 작품을 복구하는 데 만도 매년 4000만원 가량이 들어갑니다.

<정준모(현대미술관 희애연구실장): 훼손된 작 품의 경우 원상회복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 다. 훼손을 회복을 시키고 있습니다마는 대개는 1년에서 7, 8년, 10년 이상씩 걸리게 되고요, 그 래서 많은 사람들이 볼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 는 것이죠.> 방학 때마다 되풀이되는 미술관의 수난. 감추고 싶은 우리 관람문화의 현주소입니다.

기동취재 20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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