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도청

총풍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지방 검찰청 공안 검사실에도청기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문제의 도청기는 검사가피의자의 진술을 몰래 녹음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검찰은 당초 SBS가 이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하자계속 부인해오다 십여일만에 사실을 시인했습니다.정준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제의 도청기가 발견된 곳은서울지검 915호실,바로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의 주임검사인박철준 검사실입니다.검찰은 발견된 도청기가 총풍 사건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한성기씨의 진술을 몰래 녹음하기위해 설치한무선 녹음기라고 주장했습니다.한씨가 말을 자주 바꾸자 추궁 자료를 확보하기위해 한씨 몰래 조사실 책상에 도청기를 설치하고, 다른 방에 이 도청기의 전파를 받을 수 있는 녹음기를 설치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바로 이 도청기에서 나온 전파 발신음이 다른 정보기관에 포착돼곧바로 도청기를 없앴다고 말했습니다.서울지검 이정수 1차장은"이런 방식의 녹음도 수사기법의 하나"라며"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그러나 보도가 나간 지 십여일동안계속 사실을 부인해온 검찰의 뒤늦은 해명에는 석연치 않는 점이 많습니다.또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다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외부 기관이 문제의 발신음을 포착할 정도라면 검찰의 보안에 큰 구멍이 뚫린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또 , 피의자의 동의 없이진술내용을 녹음해 수사에 이용했다면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그 진술의 증거 능력에 대해서도 적잖은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입니다.무엇보다도 과거 권위주의 정부하에서사용하던 수사기법을 국민의 정부하에서도검찰이 답습했다는 점에서도덕적인 비난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보입니다.

SBS 정준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