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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떠난 동포애

◎앵커: 다시 시드니 올림픽 소식 전해 드립니다. 오늘 여자 마라톤 경기가 열렸습니다. 일본 선수가우승했 습니다.

◎앵커: 같이 출전한 남북한 선수들, 아쉽게 메달은 따지 못 했지만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진한 동포애를 나눴습니다. 윤천석 기자가 가까이에서 취재했 습니다.

○기자: 오늘 오전 7시 여자 마라톤 출발선에 선 50여 명의 선 수 가운데 우리나라의 오미자와 북한의 함봉실 등 남북한 선수 네 명이 끼어 있었습니다. 북한 의 함봉실은 경기 초반 세계 기록 보유자와 함 께 나란히 선두권을 지켜 메달이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10km 지점에서 함봉실이 다른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입상의 꿈이 물거품이 됐습니다. 무릎과 골반에 타박상을 입은 함봉실 은 끝까지 역주했으나 넘어질 때 타격을 회복 하지 못해 8위로 골인했습니다.

<함봉실(북한 여자마라토너): 아쉽다는 거... 다 음 번에는 메달 놓치지 않을 겁니다, 꼭...> 올해 나이 30살인 남한의 오미자도 자신의 마 지막 올림픽에서 34위에 그쳐 아쉬움이 컸습니 다. 함봉실은 의사가 권유한 휠체어를 거절하고 치료를 위해 의무실로 향했습니다.

함봉실과 오 미자는 의무실에 따로 누워 통증을 참으며 피 로 멍든 상처를 치료 받았습니다. 먼저 치료가 끝난 오미자가 함봉실을 찾아가 위로했습니다.

<오미자(남한 여자 마라토너): 많이 다쳤어 요?> <함봉실(북한 여자 마라토너): 괜찮아요.> <오미자(남한 여자 마라토너): 수고 했어요.> <함봉실(북한 여자 마라토너): 수고 했어요.> <오미자(남한 여자 마라토너): 힘들죠?> <함봉실(북한 여자 마라토너): 똑같죠, 뭐... 그 래도 시집가서 한다는 게...> 두 선수는 서로를 아끼고 존경하는 마음 속에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함봉실(북한 여자 마라토너): 여자들은, 우리 는 시집가면은 힘들다고 생각한단 말입니다. 그 런데 다시 올림픽에 출전한 거 보면은 진짜 마 음의 준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오미자(남한 여자 마라토너): 이렇게 같은 무 대에서 뛸 수 있어서 기쁘고, 그래도 또 잘 뛴 것 같은데 넘어져 가지고 다쳤나 보더라구요. 그래서 좀 안 쓰럽고 그렇네요.> <올림픽에서 메달 받을 때까지는 시집 가면 안 돼.> <함봉실(북한 여자 마라토너): 예, 약속하겠습 니다. 진짜입니다.> <꼭 약속해야 돼.> <함봉실(북한 여자 마라토너): 네.> 개회식 동시 입장 이후 계속 되는 선수들의 따 뜻한 우정이 올림픽 정신의 표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시드니에서 SBS 윤천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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