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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동생 죽었다" 신고…뒤늦게 드러난 반전

경찰, '타살 의심' 국과수 부검에도 단순 변사 처리

"자고 일어나니 동생 죽었다" 신고…뒤늦게 드러난 반전
▲ A 씨 가족이 살았던 집

경찰이 2년 전 자해를 해 숨진 것으로 결론 낸 단순 변사 사건이 사실은 친형의 폭행에 의한 살인 사건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당시 '타살이 의심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사건 목격자까지 있었는데도 경찰의 부실 수사로 실체적 진실이 가려졌던 것입니다.

지난 2022년 6월 3일 낮 12시 50분쯤 청주시 사직동의 한 주택에서 "자고 일어나니 동생이 죽어있다"는 친형 60대 A 씨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동생 B(당시 59세) 씨는 복부와 가슴에 피멍이 든 채 이미 숨져 있었습니다.

경찰은 B 씨가 외력에 의한 장기파열과 뇌출혈로 숨졌으며, 타살이 의심된다는 국과수 부검 결과를 토대로 A 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거주하던 80대 어머니 C 씨가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하는 등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평소 정신질환을 앓던 동생이 집 안에서 혼자 구르고 1층 창틀에서 뛰어내리곤 했다"는 A 씨 진술을 토대로 B 씨가 자해 끝에 숨진 것으로 보고 사건을 1년 만에 종결했습니다.

사건의 전모는 부검 결과를 수상히 여긴 검찰의 재수사 지시를 받은 경찰이 지난 5월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나서야 드러났습니다.

A 씨 거주지 일대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대부분의 이웃 주민이 타지로 이사를 가고, 유일한 목격자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어머니 C 씨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전담팀은 이사를 간 이웃들을 모두 탐문한 끝에 당시 사건을 목격한 옆집 주민을 찾아냈습니다.

이 주민은 "사건 당일 새벽 밖이 시끄러워 봤더니 술에 취한 A 씨가 달아나는 B 씨를 집 마당까지 쫓아 나와 폭행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어머니 C 씨가 아들 B 씨의 시신이 실려 나간 직후 "아들이 맞아 죽었다"며 마당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는 또 다른 주민 D 씨의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사건 초기 수사팀이 이웃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탐문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전담팀의 수사로 드러난 셈입니다.

A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A 씨가 사건 당일 술을 마셨다고 했다가 번복하는 등 그의 진술 전반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국과수의 진술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주민들은 2년 전 이 가족들 사이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경찰의 뒤늦은 수사를 성토했습니다.

경찰에 진술을 제공한 D 씨는 오늘(2일) "당시 C 씨에게 아들이 맞아 죽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고령인 C 씨가 아들을 잃은 충격에 아무 말이나 한 줄 알았다"면서 "경찰이 아무것도 묻지 않길래 별일이 아닌 줄 알았다. 경찰이 자기네 일이었다면 수사를 이렇게 부실하게 했겠냐"고 말했습니다.

A 씨 일가족이 모두 단골이었다는 한 미용사는 "가족들이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라 간혹 반찬도 갖다 주곤 했는데, 그런 끔찍한 일이 있었던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지금까지 뭘 하다가 인제 와서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앞서 사건을 단순 변사 처리한 형사팀장 모 경감과 팀원 모 경장에게는 수사를 태만히 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방침입니다.

사건을 맡은 청원경찰서 측은 "사건 초기 수사가 미진했던 부분을 인정한다"면서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수사를 잘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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