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산하기관에서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여성에게 2차 가해를 한 간부들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게 됐습니다.
오늘(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11단독(심우승 판사)은 직장 동료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피해 여성이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전·현직 간부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을 포함한 피고들에게 원고가 청구한 3천400여만 원 가운데 66%가량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직원들은 부인과 수술을 앞둔 피해 여성에 대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여성 생식기를 비하하고 문란한 여성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자신을 성희롱한 직장 동료를 회사에 신고했지만 당시 간부들은 오히려 피해자의 잘못으로 돌렸습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간부들이 피해 여성에게 한 말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는 성희롱 행위의 증거를 수집한 원고를 비난했고,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가 사소한 것이며 피해 여성이 예민해 발생한 문제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간부들이 성희롱 피해 여성을 위해 적절한 조치 역시 취하지 않았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의 부서 변경 요청에도 간부들은 이를 거부하며, 성희롱 사건에 가담한 직원과 피해 여성이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도록 해 실질적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후 조치 의무 미이행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이 발생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성희롱 사건에 따른 2차 가해를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고가 청구한 정신적 치료비와 위자료가 상당 부분 인정됐다"며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성희롱 피해를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불법 행위라고 인정한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차가영 부산성폭력상담소 팀장은 "애초 피해 여성이 당한 성희롱 사건이 수사기관에서 불기소 처리돼, 2차 가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이 쉽게 이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가해자가 한 성희롱 범죄 중 일부는 회사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가해자들은 회사에서 승진한 상태"고 말했습니다.
이어 "직장 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회사 내 2차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판결이 성범죄 피해 예방과 근절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부산정보산업진흥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