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착수해 이틀 만에 완료됐습니다.
전쟁 성범죄 피해로 고통받은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억의 터'에는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등 임 화백의 작품 2점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 씨가 최근 성범죄 1심 유죄로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서울시는 작품 철거를 결정했습니다.
서울시는 이 공간에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존치하는 것은 위안부를 모욕하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반영됐습니다.
지난달 8∼9일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기억의 터 설립추진위원회'가 주장한 '조형물에 표기된 작가 이름만 삭제하자'는 의견은 24%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서울시는 여론조사 결과와 기억의 터가 시민 모금 등을 거쳐 조성된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억의 터는 유지하고 그 안에 있는 임 작가의 조형물만 철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조형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조성 당시 관계자와 전문가의 제안을 받아 공공미술위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새로운 콘텐츠로 채우는 등 방안을 마련해나갈 방침입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임옥상 화백 작품 철거를 반대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일부 여성단체를 향해 "시민단체는 죽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어제 정의연과 여성단체들은 기억의 터에서 철거 반대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 이후에도 일부 참가자가 남아 조형물을 보라색 천으로 덮고 철거 시도를 저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어제 끝내려던 철거가 지연됐습니다.
이들은 임 씨의 성폭력을 규탄하면서도 "(작품이 철거돼) 피해자들의 말과 이름이 지워지면 일본의 과오가 지워지고 임옥상의 성폭력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고 지워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는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런 일련의 행동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다"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많은 시민단체가 같은 사안을 두고도 '우리편'이 하면 허물을 감싸주고 '상대편'이 하면 무자비한 비판의 날을 들이댄다"며 "원래 사회 정의를 세우자고 시작한 일이었을 텐데 설립 목적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오랜 세월 진영논리에 젖어 사고하다 보니 무엇이 상식인지도 모르는 듯하다"며 "이제 시민운동은 우리편들기 운동이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오 시장은 후속 조치와 관련해선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후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대로 기릴 수 있도록 조형물을 재조성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