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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활용' 고립 가구 찾기, 왜 안 될까

<앵커>

얼마 전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안전망은 가족의 비극을 막지 못했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질병 치료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성과도 적지 않았는데, 이것이 다른 지역으로까지는 확대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김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중랑구의 녹색병원. 이 병원 사회사업팀의 또 다른 이름은 지역건강센터입니다.

병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진료비 등 도움이 필요한 경우 주민센터, 복지관 등과 정보를 공유하고 도울 방법을 찾습니다.

[진료 보시고 저희 팀에 상담하러 오셨거든요. (주민센터) 선생님하고 이야기 먼저 나누셨다고 그래서….]

지역사회의 의료와 복지기관들이 힘을 합치는 모델은 지난 2013년 '301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습니다.

의료·보건·복지의 세 영역을 하나로 묶어보자는 시도였습니다.

[권용진/서울대병원 교수 (301네트워크 개발) : 의료기관처럼 (취약계층이) 끝까지 방문하는 그런 곳에서 복지 쪽으로 사람을 의뢰하고 또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연결망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건강이 나빠진 고시원 거주 남성을 찾아내 병원에 입원시키고, 도움을 거절하는 고령 여성을 7번에 걸쳐 설득해 각종 복지 서비스로 연결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와 올해 '수원 세 모녀'처럼 상당수 고립 가구들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병원 진료가 취약계층을 찾아내는 주요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9년이 흐른 지금 301네트워크 모델은 여전히 전국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병원 내에서 전문적으로 취약계층 환자를 분류해내고 이들을 복지기관에 연계해줄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의료사회복지사는 2년 전에서야 국가자격증으로 인정받았습니다.

[A 병원 의료사회복지사 : 저희 병원 같은 경우도 800병상 정도 되는데 지금 2명의 의료사회복지사들이 근무를 하고 있거든요. 취약계층 환자들을 만날 기회가 정말 너무나 제한적이죠.]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배치된 의료사회복지사 인력을 중소 병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VJ : 오세관·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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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덕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턱없이 부족한 의료사회복지사?

[김덕현 기자 : 저희가 다녀온 병원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800병상이 넘고, 외래환자들도 적지 않은데 여기 배치된 의료사회복지사는 단 2명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병원 안에서조차 의료사회복지사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그런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거든요. 타이완의 경우 100개 병상당 의료사회복지사 1명을 두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도 참고할 수 있고, 또 우리나라는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에 주로 의료사회복지사가 배치되어 있는데 취약가구들이 자주 찾는 곳은, 또 쉽게 찾는 곳은 집 근처 동네 병원들이거든요. 당장 여기까지 의료사회복지사를 배치하기 어렵다면 이런 거점병원들과 연계해서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합니다.]

Q. 보완할 지점은?

[김덕현 기자 : 정부는 다음 달부터 위기 가구를 찾아내는 위기 정보 항목을 5개 더 추가하고 또 복지 정보를 알려주는 멤버십 가입을 독려하겠다고 일단 밝혔는데, 이런 기존 복지 시스템에 머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이런 위기 가구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의료사회복지사를 포함해서 취약계층을 직접 만나는 이런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더 반영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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