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청 안 돼!"
저희가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한 학부모를 만나서 뉴욕 공립초등학교에서 나눠주는 디지털 기기를 살펴봤는데 유튜브로 모든 검색이 가능했습니다. 총이라든지 성인물, 부적절한 콘텐츠에 대해서 검색 차단 기능 이런 건 아예 없었고 심지어 게임 같은 것도 애들이 동의만 하면 바로 할 수 있도록 학습용 기기에 깔려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부모들이 목소리를 냈고 관련 시민단체와 뉴욕시의회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기기 보편화, 언제부터?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낙후된 지역이라든지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는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가 없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있는 학생들하고 학습 격차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걸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학교에 디지털 기기가 도입이 됐고 그걸로 수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코로나 때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만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학생들의 수업을 돕기 위해서 들여왔던 기기들이 이젠 오히려 학습 능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에릭 디노위츠 / 뉴욕 시의원 : 아이들이 대면 수업으로 복귀한 뒤에도 화면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보는 대신, 아이들은 화면을 내려다보게 되었습니다.]
[줄리 메넌 / 뉴욕 시의장 : 스크린 오남용은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학업 성적 저하와도 직결됩니다. 올해 3~8학년 읽기 성적이 지난해보다 6% 떨어졌고, 3학년 숙달도는 무려 14%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뉴욕이 칼 빼 든 이유는?
[조란 맘다니/뉴욕시장 (지난 2일) : 어떤 형태로든 AI가 교사와 학생 관계를 대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뉴욕 시의회는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일단 AI는 막았지만 유튜브라든지 게임 형태를 띤 교육용 앱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시교육청에게 그걸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행정명령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 것도 금지하고 다시 종이로 돌아가자, 어린 학생들에게는 아예 학습용 디지털 기기를 나눠주지 말자고까지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셰카르 크리슈난 / 뉴욕 시의원 : 기업들은 아이들이 기술 없이는 뒤처질 것이라 말하며 최신 업그레이드를 팔아치우고, 수십억 달러 규모 에듀테크 기업의 이익을 챙깁니다. 이것이 바로 정부 규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뉴욕시의회 감독·조사위원회 위원장이자 이번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인물, 셰카르 크리슈난 뉴욕 시의원. 뉴욕시 역사상 처음으로 시의회에 선출된 인도계 미국인입니다. 어린 두 자녀를 둔 아버지이기도 한데 요즘 지역 언론에도 굉장히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시의회 감독 조사 위원장이라는 건 꽤 힘이 있는 자리입니다. 시 교육청이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의회 산하 상임위원회입니다. 우리로 치면 지자체, 지방 시의회지만 이게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 뉴욕이다 보니까 자리의 무게감이 좀 다릅니다. 당장 예산만 해도 뉴욕시 교육 예산이 서울시 전체 예산과 거의 맞먹습니다.
그런데 이 위원회에서는 법을 만들거나 직접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없으니까 대신 좀 여론을 더 모으기 위해서 청문회를 이번에 개최를 한 겁니다. 청문회에 교육청 담당자들을 불러서 시 전체 학교에 일괄 적용되는 강력한 내부 행정명령을 발령하라고 압박을 가한 겁니다. 청문회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가 됐는데 이곳 시간으로 화요일 낮에 시작해서 저녁 늦게까지 꽤 길게 이어졌습니다.
디지털 기기, 안 쓰면 그만 아닌가?
이게 지금까지 관련 논의가 흘러온 과정이고 이 사안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뉴욕 교실의 풍경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를 지금 미국 안에서도 굉장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인공지능 의존도가 높다 보니까 조금만 어려워도 AI를 찾게 되고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포기하면서 나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지금 학습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있다는 내용의 MIT 보고서가 얼마 전에 나왔습니다. 인간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만든 기술이 거꾸로 인간을 갈수록 위협하는 존재가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게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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