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력한 제재와 해상 봉쇄를 동원해 이란의 굴복을 유도하고 있으나, 이란 지도부는 국가 경제를 '생존 체제'로 전환하며 장기전 대비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부족한 물자를 배급하고 외화 사용을 제한하는 한편 투자를 줄이고 경제적 부담의 상당 부분을 가계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다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수입품과 국가 운영에 필요한 핵심 기능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압박에 맞서 경제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란 경제난이 심화할 것이라면서도 이란 지도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미루며 버틸 수 있는 여지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이란을 둘러싼 긴장감은 협상 재개의 불씨마저 사라질 정도로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란이 지난 8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조건으로 기존의 종전 양해각서(MOU)보다 한층 강경한 6개 요구 사항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은 이날 대이란 해상 봉쇄를 위반하려던 파나마 선적 선박에 헬리콥터 미사일을 쏴 무력화했습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선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재개 이후 이란의 국부 창출 원천인 원유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영국의 경제분석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6월 45억 달러(약 6조 4천억 원)에 달했던 이란의 원유 수출액은 7월 들어 거의 '0'이 됐습니다.
이란 내부의 경제적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80%를 넘어섰고, 닭고기와 우유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190%, 150% 뛰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의 경제 성장률이 -5.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전문가들은 이란 내 일자리 200만∼30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전력난에 대비해 휴일에 공장을 가동하도록 조치하는가 하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생필품 외상 구매 제도를 도입하고 식품 바우처 지급액을 인상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우리는 막대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돈이 없는 이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며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가 이란 정권의 경제 위기를 더 악화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다는 전략이지만, 이란 내 정치 구도가 강경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타협의 여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하디 카할자데 연구원은 "미국의 압박은 이란의 경제를 겨우 기능만 유지하는 '생존 체제'로 점차 바꿀 것"이라면서도 "강압적인 국가 구조 때문에 경제적 고통이 국가 안보를 바꿀 만큼의 압력으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동 내 중재국들 역시 이란이 이미 수십 년간 제재 속에서 버텨온 만큼 경제적 압박만으로 이란의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핵심 방공 체계인 패트리엇(PAC-3) 미사일 재고가 바닥난 상황에도 무리해서 이란 공습을 강행할 경우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문제는 버티기 싸움이 길어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과 물류 차단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카할자데 연구원은 "미국은 장기적인 경제 압박이 이란을 억누를 것으로 보고, 이란은 분쟁 장기화가 미국에 정치적 부담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양측 모두 상대방이 무너지는 속도를 오판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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