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장소에 대한 선호와 결과 간의 차이는 특정 방향-병원으로 수렴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 수십 년에 걸쳐 사망 장소가 '집'에서 '병원'으로 이동한 흐름은 이미 고착화된 상태다. 병원이 치료 공간을 넘어, 임종이 발생하는 표준 장소가 된 것이다. 외래 진료와 입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환자는 병원 중심의 관리 체계 안에 편입되고, 상태가 나빠질수록 의료 행위가 개입하는 강도는 높아진다.
박중철 /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 교수
"임종 직전에 갑자기 병원에 가는 게 아니잖아요. 1년, 2년, 3년, 계속 병원을 오가거나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했던 상태에서 마지막 순간에 집으로 가겠다? 가족이 뭘 해야 하는지, 환자는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갑작스럽게 의문이 생길 때 어디로 가서 자문을 받거나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 몰라서 다시 응급실로 오거든요. (...) 결국엔 마지막 죽음의 과정도 치료의 연장선이 되고 그래서 연명의료가 늘게 되고, 또 병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병원을 떠나서 마지막을 돌보거나 집에서 살겠다'는 어떤 설계 자체가 막혀 있는 것 같아요."
임종 단계에서 환자를 위해 요구되는 조건은 단순하지 않다. △통증 조절 △호흡 곤란 대응 △의식 변화 관리 △감염 및 합병증 대응 △보호자 교육과 정서적 지지 등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별도의 체계가 없을 경우 이러한 기능이 유지되기 쉽지 않다. 이처럼 재택 임종은 단순한 장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형성된 의료 이용 경로를 이탈하고 의료와 돌봄이 동시에 작동하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재구성된다.
안타깝게도 현재 구조에서 대안은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방문진료 △방문간호 △장기요양 △가정형 호스피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분절된 제도 안에서 각기 운영되며 임종 단계까지 하나의 경로로 연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비스 간 연계는 제한적이고,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체계는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다. 행정 절차 역시 임종 경로를 규정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자택에서 발생한 사망은 즉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경찰 신고와 검안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병원 사망과 달리, 절차가 분리되고 시간이 지연되며 유족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진다. 전통적으로 3일장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의 장례 문화로 보건대, 임종 후 검안 절차가 길어지면 제한된 시간 내에 장례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기 어렵다. 이는 임종 장소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보호자로 하여금 병원을 보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선택으로 만든다.
박중철 /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 교수
"재택 임종 시 경찰을 불러야 하고 경광등이 번쩍번쩍하는 경찰차가 우리 집 앞에 올 거고요. 한밤중에 임종하게 되면 경찰이 출동했을 때 주변 이웃에 대한 걱정, 시신을 운구해야 하는 과정, 사망 진단을 받는 과정, 이런 것들에 대한 체계적인 절차나 지침이 사실 마련되어 있지 않아요."
임종이 병원으로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돌봄의 분배 구조에 있다.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환자에게 필요한 돌봄의 양과 강도는 급격히 증가하지만, 이를 지지하는 사회적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 현재 구조에서는 보호자에게 부담이 집중되며 이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신체적·정서적 소모를 요구한다. 고령화와 가구 규모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식은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낮다. 현행 호스피스 체계 역시 모든 임종을 감당하지 못한다. 병상 수는 제한적 (전국 기준 2천여 개)이고, 대상 질환 역시 말기 암 등 일부로 한정되어 있다. 그 결과 상당수의 환자는 적절한 완화 의료 접근 없이 병원과 요양시설을 오가게 된다. 의료 개입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요양 시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응급실로 이송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대균 /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장
"암 환자 같은 경우에는 90% 이상이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하고 있거든요. 암 환자분들은 마지막 몇 개월 동안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고통에 노출되어 있고 그런 고통은 일시적으로 왔다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임종하는 순간까지 전문적인 완화 치료와 의료적 돌봄이 필요해요. 하지만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호스피스 대기가 너무나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분들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3주, 4주씩 대기하다가 그냥 돌아가시거나, 요양병원으로 가게 되는 거예요. 정말 안타까운 케이스는 의료적인 돌봄이 필요한데도 요양원으로 가는 분들이에요. 요양원에서는 그런 생애 말기 환자를 부담스러워하니까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응급실로 이송하고, 응급실에서는 응급 조치가 끝난 다음에 입원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 다시 환자를 요양원으로 보내고... 지금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러한 조건 속에서 2026년 3월 27일부터 지역사회 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 단위로 시행됐다. 재택을 중심으로 의료·요양·돌봄을 통합하겠다는 정책은 시범사업을 넘어 제도화됐고,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에 재택의료센터가 설치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법의 취지와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존의 구조적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정책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방문 진료에 참여하는 국내 의료기관은 전체 의원의 약 3%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지역별 인력과 재정 여건 역시 균등하지 않다. 임종 단계에서 요구되는 고강도 돌봄과 의료 개입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구체적인 체계 역시 충분히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제도는 시작됐지만, 임종 단계까지 포함하는 연속된 구조로 작동하기에 공백이 존재하는 것이다.
방호열 / 거제시 재택의료센터 센터장
"생애 말기 돌봄 내지 호스피스 재택 임종 관련해선 아직 별도의 수가가 없습니다. 근데 난이도는 매우 높거든요. 시간도 많이 들고 육체적인 시간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소모도 심한 편입니다. 충분한 수가 체계가 마련된 후에야 재택 임종이라든지 임종기 돌봄, 호스피스가 재택에서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중철 /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 교수
"수익성이 나지 않기 때문이에요. 수가를 왜 이렇게 낮게 설정했느냐? '죽어가는 환자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라는 국가(차원)의 효율성의 선택이 있을 수 있고요. 마지막까지 급성기 응급 환자 등 중증 환자를 봐야 수익이 나는 구조로 병원이 설계되어 있고 수가 체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최대한 치료를 피하고 통증 조절만 해야 하는 말기 환자들은 사실 환영받지 못해요."
결국 재택 임종의 핵심은 선택의 작동 가능성이다. 재택 임종은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제한된 선택이 될 개연성이 크다. 의료, 돌봄, 행정, 보상 체계가 분리된 상태에서는 개인의 의사가 실현되기 어렵고, 임종은 다시 병원 중심의 경로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임종을 다루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지 않는다면 '좋은 죽음'은 개인의 바람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 문헌
'내 집에서 생을 마감할 권리'를 위한 자택 임종 활성화 방안- 초고령 사회와 다사(多死) 사회 시대 자택 임종의 쟁점과 향후 과제, 이윤경 | 입법조사관(보건복지여성팀)
[뉴스토리] 내 집에서 죽을 권리 : 좋은 죽음의 조건 (554회)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49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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