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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Moon이 한 곳은 NO"…북미 정상은 왜 그곳에서 만났을까 [취재파일]

윤건영 "한미 소통 채널 일시적 작동 중지" 있었다

"Mr. Moon이 한 곳은 NO"…북미 정상은 왜 그곳에서 만났을까 [취재파일]
▲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개최된 북미 정상 회동 장면

2019년 6월 30일, 집권 1기였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난 곳은 판문점 내 우리 측 시설인 '자유의집'입니다. 당시 공개된 사진 등을 보면 상당히 좁은 공간에서 만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 어찌 보면 이러한 장면이 판문점 회동을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한 측면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우리 측 주요 시설은 크게 '평화의집'과 '자유의집' 두 곳이 있습니다. 평화의집은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공간입니다. 남북 회담이 주로 열렸던 장소입니다. 반면에 자유의집은 회담 공간보다는 남북 간 연락 업무를 담당하는 공간으로 거의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북미 회동 장소로 평소 회담을 하는 데 쓰였던 전자가 아닌 후자가 선택됐던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으로 남북미 정상회담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2019년의 기록을 담은 '판문점 프로젝트'를 통해 당시 회담장이 굳이 자유의집으로 낙점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백악관 관계자들은 회담장으로 자유의집을 사용하겠다고 우겼다.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노릇이었다. 백악관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황당한 답을 했다. "미스터 문Mr. Moon이 한 곳(평화의집)은 노(No!)"라는 것이었다. (347쪽)

윤 의원은 회담 전날 청와대 측이 보유 집기 등을 대형 트럭에 실어 판문점으로 보냈고 당시 우리 정부 인사들은 밤을 새워 평화의집에 회담장 및 경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자유의집은 내부 회의실은 매우 작아(2~3평 규모) 양국 국기를 놓기에도 비좁을 정도"였고 "경호 측면에서도 자유의집은 트인 공간(로비 등)이 많아 회담장으로 사용하기에 적절치 않았다"는 겁니다. 판문점 회동 과정이 담긴 영상을 보면 전반적으로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인데, 준비가 아주 없었다기보다는 한국 정부가 마련한 나름의 안이 수용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바뀌었던 영향이 있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당시 해당 발언을 한 미국 측 참모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측이 평화의집을 반대한 것이 어떠한 맥락인지는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트럼프 대통령의 스포트라이트 독점 욕구 혹은 한국 정부의 중재 의지에 대한 미국 측의 거부감 등을 이유로 꼽아볼 수 있습니다. 윤 의원은 당시 "정말 한심스러웠"다고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털어놨습니다

남북미 정상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

판문점에서 남북미 삼자 회동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배경도 공개됐습니다. 백악관 측이 당일 북한의 반대를 이유로 힘들다고 말하며 북측 핑계를 댔다는 것이 윤 의원의 설명입니다. 그는 당시 의전을 총괄한 북한 김창선 부장에게 삼자 회동을 반대하느냐고 직접적으로 우리 측이 물었고, 김 부장으로부터 "일없다(괜찮다)"는 답변을 받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가 백악관 관계자에 "북한이 반대한다고 하더니 전혀 다르지 않나"고 말하고 난 이후에서야 상황이 정리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남북 관계에 속도가 나던 시기 한미 간 갈등 양상이 곳곳에서 감지됐는데, 이에 대한 기록 역시 등장합니다.

2018년 10월, 그러니까 평양 정상회담이 막 막을 내린 이후 스티븐 비건 당시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하기 직전의 상황입니다. 당시 정의용 안보실장은 대통령에게 "청와대 안보실과 백악관 채널이 수주째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함께 "외교부와 국무부 채널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고 합니다. 미국이 곳곳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한미 간 다양한 소통 채널이 일시적으로 '작동 중지' 상황에 빠졌다"고 윤 의원은 털어놨습니다.

정부, 타미플루 북한 전달할 듯

남북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의지에 크게 실망한 사건으로 흔히 타미플루 사건이 거론됩니다. 2019년 1월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싣고 갈 트럭이 대북 제재 대상이라며 유엔사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절차가 지연된 끝에 지원 자체가 무산된 사건입니다. 윤 의원은 미국 국무부와 워킹그룹을 통해 사전 합의까지 마친 사안이었음에도 "유엔군 사령부는 요지부동"이었다며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고 썼습니다. "미국 행정부의 일종의 이중 플레이에 당한 것 같았다"고 썼습니다.

2018-2019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분주하게 돌아갔던 남북미 당시의 상황은 한미 관계에서도 여러 단층을 낳았고, 윤 의원의 기록은 당시에 깊이 관여했던 당국자 출신이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제기된 이른바 자주파-동맹파 논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를 둘러싼 속도의 문제는 언제든 다시 되살아날 수 있는 문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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