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전체 역사' 기술하라는데 '딴 소리'…일 사도광산 보고서 어땠나

'전체 역사' 기술하라는데 '딴 소리'…일 사도광산 보고서 어땠나
▲ 일본 사도광산

일본이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유네스코로부터 권고받은 내용에 대한 이행 여부를 담은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 정부가 제출한 128페이지 분량의 사도광산 관련 '보존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8개 권고 사항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항목은 e항, '광산개발 모든 기간에 걸쳐 유산의 전체 역사(whole history of the property throughout all periods)를 현장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룰 해석·전시 전략 및 시설 개발'입니다.

전체 역사란 태평양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일제가 식민지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했던 어두운 역사까지 누락하지 말고 기술하라는 취지입니다.

앞서 일본은 유산 대상 시기를 태평양 전쟁에 앞선 에도 시대로 한정하는 등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등재 추진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전체 역사 반영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일본은 보고서 요약문에서 유네스코의 권고에 대해 "노동자를 포함한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주제 역시 여러 방식으로 제시되었다"면서 "에도 시대 이후 시기의 노동자와 관련된 설명 및 전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당사국과 긴밀한 협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인에 대한 별도 언급도 하지 않은 채 한국과 관련 협의를 긴밀하게 진행했다고 쓴 셈입니다.

또 "에도 시대와 에도 이후 시기가 중첩되는 갱도의 경우 두 시기의 구역을 함께 표시하고 채굴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해설 표지판이 배치됐다"며 "등재 이후 방문자 센터 내에 새로운 전시 공간이 조성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그러면서 권고 이행의 근거로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생활 관련 전시실과 기숙사터 안내판의 사진 등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과 마찬가지로 이 시설 어디에도 강제동원에 대한 설명은 적혀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결국 '에도 이후 시기'라는 표현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서술하면서 당초 약속한 내용들을 피해 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산 등재 당시 일본 정부 대표가 발언을 통해 약속한 것이 있는데 그에 대한 내용은 (보고서에) 전혀 없었다"며 일본 측의 "이행이 미흡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일본 정부 대표는 "세계유산위에서 채택된 모든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하고, 한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하면서 한국과 긴밀한 협의하에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계속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등재 당시 약속한 공동 추도식도 강제동원을 추도사에 포함하는 문제로 2년째 불발된 바 있습니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일본이 유산위 결정과 스스로의 약속, 한일 양국 정부 간 합의를 충실히 이행해나가길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고서가 제출되면 유네스코 내 자문기구에서 검토하게 된다"며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권고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도록 유네스코와 외교적 교섭을 이어가겠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일본이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세계유산 등재 취소 등 실질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수단은 마땅히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산 취소의 경우 별도의 규정이 있다"며 유산에 등재됐다가 취소된 사례는 모두 3건으로 대부분 개발 이슈와 관련된 건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