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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지켜온 '약속'…별세 소식에 추모글 쏟아졌다

<앵커>

고려대 앞에서 20년 넘게 1천 원짜리 버거를 팔면서 식비 한 푼이 아까운 대학생들의 허기를 달래준 '영철버거 아저씨'죠. 이영철 씨의 별세 소식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빈소에는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들까지 찾아와 이 씨가 남긴 온정을 되새겼습니다.

노유진 기자입니다.

<기자>

불 꺼진 가게 앞 국화들이 가득합니다.

"말씀대로 베풀며 살겠다, 덕분에 행복했다"는 내용의 카드가 한켠에 놓였습니다.

닫힌 문 앞을 아쉬운 듯 서성이는 학생들.

[고려대 재학생 : 돌아가실 거라고는 진짜 단 한 번도 생각을 못 해서 그냥 안 믿겼어요. 저 정말 잘해주셨거든요. 진짜….]

지난 2000년부터 고려대 앞 노점상에서 햄버거를 팔면서 학생의 배고픔을 달래줬던 이영철 씨의 별세 소식에 추모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학생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1천 원대 가격의 '영철버거'는 명물 이상의 가치로 남았습니다.

다들 가격을 올릴 때도 1천 원대를 유지한 고인은 꾸준히 2천만 원씩 대학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학생들의 버팀목이었습니다.

2015년 재정난으로 폐업하자, 학생 2천500여 명의 자발적 펀딩으로 장사를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故 이영철 (지난 2015년) : 도움 줄 때는 상당히 마음도 편하고 흐뭇했는데, 도움을 받으려고 하니까 쑥스럽고 왠지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빈소는 생전 고인의 덕을 봤다는 학생들의 화환으로 가득 찼고, 부고장에는 고인 추모 글이 하루 새 1천100건을 넘어섰습니다.

[김현석/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94학번 졸업생 : 저희가 진짜 아저씨 덕분에 그 돈 한 푼 주머니에 동전밖에 없던 시절에 맛있는 걸 먹었고, 즐거웠고…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단돈 1천 원, 그 한 끼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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