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측이 추진하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법은 위헌성이 큰 법안입니다. 그러나 위헌성이 크다는 점 외에도 이 법안을 추진해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법안이 시행되는 것만으로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 사건 등에 대한 재판(이하 '내란 재판')이 장기간 지연되고, 결과적으로 엉망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법안이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되면 현재 내란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재판부들 중 한 곳이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제청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위헌법률심판은 재판부가 재판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서 제청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 신청 여부와 무관하게 재판부가 직권으로 제청할 수도 있습니다.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될 경우 현행 헌법재판소법(이하 '헌재법')에 따르면 내란 재판은 정지됩니다. [헌재법 42조 1항] 긴급성이 인정될 경우 예외적으로 종국재판(판결 선고) 이외의 재판 절차는 진행할 수 있습니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등은 이미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긴급성 여부 판단과 무관하게 절차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민주당 측 역시 이런 상황에 대비해 헌재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습니다. 지난 12월 1일에 국회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더라도 재판이 정지되지 않습니다. 만약 이 개정안이 내란전담재판부법안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된다면 내란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들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더라도 관련 재판이 법률상 정지되지는 않습니다. 민주당 측 역시 내란전담재판부법안이 시행될 경우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식해서, 제청과 무관하게 내란 재판이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헌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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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부재판부법이 통과되면 엉망이 될 내란 재판
그러나 민주당 의도대로 내란전담재판부법과 헌재법 개정안이 모두 통과되더라도 내란 재판 지연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내란 재판 전반이 엉망이 되어버릴 가능성 또한 있습니다.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내란전담재판부법과 개정 헌재법에 대해 재판 당사자가 헌법소원 심판을 직접 헌재에 청구하면서 두 법률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만약 헌재가 가처분을 인용한다면 두 법률의 효력은 정지됩니다. 이 경우 - 헌재의 가처분 인용 결정 시점에 따라서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지만 - 지금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도 아니고 내란전담재판부도 아닌 제3의 재판부에서 내란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헌재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는 재판부가 재판을 계속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재판 자체를 정지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없앤다고 해서, 재판부가 재판을 계속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재판부는 헌재법 개정과 무관하게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 결정을 기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소한 판결 선고는 하지 않고 보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는 것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법률을 근거로 재판을 진행하거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법관은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헌법 103조를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헌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내란전담재판부법안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다면 해당 재판부가 내란 재판을 계속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헌재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내란 재판 지연을 피할 수 없고, 위헌법률심판 결과에 따라서는 재판 절차 전반이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법안은 현재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1심 재판부에 대해서는 전담재판부로 사건을 이송할지 여부에 대해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1심 재판 단계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법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점(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1심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이 제청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설사 1심 재판부에 이송 여부에 대한 재량이 있다고 하더라 '이송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만으로도 재판 당사자 입장에서는 권리 침해를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점, 내란전담재판부법안 중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서만 구속 기간을 특별히 연장한다는 조항 등도 재판의 전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1심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사 1심 재판부 중 어느 한 곳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지 않더라도, 2심을 담당한 내란전담재판부 향후 재판이 취소되거나 재심을 해야 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내란전담재판부법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확정 판결은 지연될 수밖에 없고, 헌재 결정에 따라서는 재판 절차 전반이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헌재가 내란전담재판부법 또는 개정 헌재법 자체를 위헌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설사 관련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고, 1심이나 2심 재판부들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지 않거나 제청 이후 재판을 계속해서 끝까지 진행한다고 해도, 헌재가 - 당사자의 헌법소원 등에 의한 헌법재판 절차를 진행한 끝에 - 내란전담재판부법 등을 위헌으로 결정한다면 그 시점까지 진행된 내란 재판은 무효가 됩니다.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거나, 만약 헌재 위헌 결정 시점이 확정 판결 이후라면 재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내란 재판 전반의 공정성과 정당성에 대한 인식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됩니다.
■ 헌정에 대한 공격, 헌법적으로 흠결 없이 단죄해야
내란전담재판부법은 그 자체로 위헌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와 같은 전례가 생긴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의회 다수파가 특정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 그리고 특정 사건 영장을 심사하는 판사를 '자신들이 새롭게 정하는 규칙에 따라' 사실상 결정하는 관행이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현대적 헌정질서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문명국가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내란전담재판부법 자체의 위헌성 문제와 별개로, 내란 재판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 재판 절차 전체의 공정성과 정당성에 대한 인식에까지 치명적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헌정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한 내란 혐의 사건에 대한 재판이야 말로 가장 헌법적으로 공정하고 흠결 없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헌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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