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450만 원…교수 모르게 살짝" 수상한 논문 알고 보니

<앵커>

최근 대학 시험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달아 적발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AI를 활용한 대필 논문마저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장민성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포털 사이트에 '논문 컨설팅'이라고 검색해 봤습니다.

여러 업체가 나오고, 이용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화로 문의해 봤습니다.

[A 논문 컨설팅 업체 관계자 : 저희가 실제로 박사 논문 통과시켰어요, 박사 논문. 우리나라는 사교육의 왕국답게 사교육이라는 거지, 그게 문제 되는 게 없고….]

AI 사용은 교수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만 해야 한다며 대필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B 논문 컨설팅 업체 관계자 : 챗GPT를 활용해야 되는데, 살짝살짝 의존해도 되는데, 만약에 선생님이 (논문) 작성도 어렵다고 그러면 (대필까지) 한 450(만원) 생각하셔야 돼요.]

[서울 소재 대학 박사과정생 : 회사 생활을 하면서 빨리 아무래도 학위를 받아야 하니까 AI를 활용하거나 업체를 통해서 논문 대필을 요청해서 하는 경우들을 (봤습니다.)]

AI를 사용한 부실 논문은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실제, 최근 4년간 학술지에 게재했던 국내 대학·연구기관 소속 연구자의 논문 중에 생성형 AI 사용이 의심돼 철회된 사례가 204건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204건 가운데 165건은 논문 대필 업체가 AI를 이용해 대신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례로 분류됐습니다.

철회된 논문들을 살펴봤습니다.

주로 지도교수인 교신저자의 메일 주소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 계정인 경우가 여러 건 발견됐습니다.

또 '논문 제출 과정에서 승인되지 않은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물론 동료 평가자의 신원을 검증할 수 없다'는 내용이 철회 사유로 적시되는 등 이른바 '논문 공장'의 AI 대필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AI 활용 지침이나 윤리 규범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김완종/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AI 활용·윤리 가이드라인의 조속한 개발과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해 대학교육협의회 조사에선 131개 대학 중 생성형 AI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곳이 30곳에 불과했습니다.

이마저도 비판적 사고로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하라는 식의 원론적 내용에 그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박태영·이연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