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여름휴가철, 관광객으로 붐비던 인천공항
"푸껫행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사면 1장 더 드립니다."
연말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김 모(39) 씨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문구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모 여행사에서 한 국적 항공사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권을 10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1+1'로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코노미석 가격에 비즈니스석 좌석을 파는 셈입니다.
최근 항공권 가격이 잇따라 급락하면서 업계에서는 "해외여행 수요가 둔화한 신호"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괌을 왕복하는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우 10만 원대, 미주 노선은 풀서비스 캐리어(FSC)임에도 40만 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일부 노선에서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여행사 예매 사이트에는 A항공사의 부산-괌 노선 항공권과 B항공사의 인천-괌 노선은 10만 원 초반대에, J항공사의 부산-괌 노선은 10만 원 중반대에 팔리고 있습니다.
미주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천-시애틀 노선에 취항한 외항사인 H항공 티켓이 40만 원 후반대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국적기인 K항공과 또 다른 외항사인 U항공도 50만 원 후반대에 같은 노선 좌석을 판매 한 바 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 서부 노선이 100만 원을 넘겼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물론 상시로 이러한 가격에 항공권이 판매되는 것은 아니며, 항공사나 여행사가 판매하지 못하다 마지막 순간에 '떨이' 가격에 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판과 괌은 저렴한 '호캉스'를 무기로 한 동남아에 밀린 대표적인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사이판은 숙박시설들까지 나서서 '언어연수' 콘셉트의 상품을 내세우며 수요 잡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P 호텔은 최근 영어학습과 휴양을 결합한 '에듀캉스' 상품을 내놨습니다.
리조트 내 영어체험 프로그램과 액티비티를 결합한 이 상품은 겨울방학 시즌 가족 단위 여행객을 겨냥한 사례로 꼽힙니다.
괌관광청도 괌을 '한국에서 4시간 반 만에 갈 수 있는 미국령'임을 내세우며 언어연수 상품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괌관광청 관계자는 "실제 지난해보다 한국인 여행객이 줄면서 항공사와 협력해 공급을 늘려보려고 한다"며 "단기적인 수요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여행 콘셉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대비 20% 줄어들자, 필리핀관광청은 내달 초 미개척 지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설명회를 열어 관심 회복에 나섰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해외여행 수요가 다소 둔화하면서 항공사들이 재고 좌석을 소진하기 위해 초특가 프로모션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며 "유류할증료 인하와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항공사 수익성 악화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소비자들은 꼼꼼히 살펴보고 옥석을 가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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