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검찰청
이재명 정부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통한 고강도 '검찰 개혁'을 예고한 가운데, 정작 개혁 논의에서 빠진 수사 현장의 애로사항을 담은 한 형사부 검사의 글이 검찰 내부에서 공감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검 형사1부 소속 김지혜(사법연수원 47기) 검사는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지쳐가는 실무진, 의미 없는 경쟁 구도'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 검사는 "개혁이라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고 실무진들도 국민인데, 실무진들이 지쳐가는 이 상황에 대한 논의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요즘 논의를 보면 경찰 따로, 검찰 따로, 법원 따로인 것처럼 말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일선 현장은 인력 부족으로 검찰, 경찰 할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은 개혁 논의에서 제외돼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김 검사는 "경찰 미제율이 높아져 송치 기록 완결성이 떨어지면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율이 높아지거나 완결성 없는 기록이 기소되고, 검찰의 높은 보완 수사 요구율은 다시 경찰의 부담으로, 완결성 없는 기록의 기소는 공판 검사의 고통과 법원의 무죄율로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의 책임이 높아졌는데 기록목록이 경장·경사에서 순경으로 작성자가 점점 바뀌는 것을 보며 한숨만 나왔다"면서도 "그렇다고 열심히 하는 경찰을 탓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업무와 민원이 많은 수사 부서가 경찰 내부서 기피 대상이 된 현실을 지적하며 "일선 경찰들도 나름대로 미제율을 어떻게든 낮추려고 노력하는데 수사 부서에 있지도 않았었던 간부들로부터 왜 '노오오오오력'을 하지 않냐며 실적에 쪼이는 것이 짠할 뿐"이라고 적었습니다.
검찰도 지쳐가긴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김 검사는 "중간 기수 검사들의 사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형사부 미제를 담당하는 검사들의 사건 부담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검사들이 야근·주말 수당도 받지 않고 초임 변호사의 1/2∼2/3 월급을 받고 일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누가 칼 들고 협박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가족과 시간도 못 보내고, 돈도 못 버는 상황에서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또 (사건) 재배당이 된다"고 '웃픈' 현실을 전했습니다.
김 검사는 "실무진들이 지쳐가고 일부는 버티지 못하고 '런' 하는 상황이다. 형사사법 체계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며 "의미 없는 경쟁 구도는 버리고 각 기관 실무진이 서로 지쳐가는 상황에서 협력하는 방향으로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 대부분은 형사부이고, 형사부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는다"며 "서로 경쟁하고 탓한다고 현실은 결코 좋아지지 않고 인력 이탈 및 이에 따른 사건의 질적 저하만 가속화되니 각 기관의 인력 부족 현상을 정상화하는 것부터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검사는 아울러 개혁 논의에서 가장 소외된 것은 수사관들의 업무 현실이라며 "수사관들이 부족한 인력 속에 고액 벌금자, 형 미집행자를 잡아 오고 있다"며 인력 보강을 요청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