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도 그렇습니다만,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지구촌 곳곳이 자연 재난 같은 더위 속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섭씨 40도가 넘어선 유럽에서는 인명 피해도 늘고 있습니다. 걱정스러운 건 지금껏 잘 겪어본 적 없는 이런 극단적인 더위가 갈수록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박재연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프랑스 파리 도심이 이글이글 타들어갑니다.
더위를 피해 센강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야외에 설치된 온도계의 숫자는 이미 40도를 훌쩍 넘겼습니다.
[다비라 나히 : 냉장고 안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예요. 아예 냉동실에 들어가고 싶네요.]
프랑스에서는 약 1,900개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고 열기로 인한 사고 우려에 에펠탑 전망대 출입이 제한됐습니다.
낮 기온이 46.6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 6월 기온을 기록한 포르투갈에서는 대지의 뜨거운 공기가 하강기류와 만나 마치 쓰나미 같은 거대한 희귀 구름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인명 피해도 이어져 이탈리아에서는 야외에서 일하던 작업자 등 2명이 숨졌고, 온열질환자도 20% 늘었습니다.
영국과 스페인의 6월 평균 온도가 관측 사상 가장 높게 관측되는 등 더위 기록도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이번 폭염은, 북아프리카의 강한 고기압으로 인한 열돔 현상과 함께 지중해의 높은 수온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크리스토스 스피루/아테네 학술원 연구원 : 지중해의 수온은 예년보다 3도에서 6도 더 높아졌습니다.]
한여름이 아닌 6월부터 시작됐다는 게 특히 이례적입니다.
폭염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표현한 세계기상기구는, 이런 극단적인 더위가 갈수록 심해질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클레어 널리스/세계기상기구 대변인 : 2050년까지 유럽 인구의 약 절반이 여름철에 폭염으로 인한 건강 고위험 상태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유럽에서만 매년 17만 5천 명 이상이 더위의 영향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아시아에서도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구촌 기상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영상편집 : 이승열, 디자인 : 최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