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름, 완주]의 OST [초록] 뮤직비디오](https://img.sbs.co.kr/newimg/news/20250530/202076646_1280.jpg)
배우 박정민 씨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듣는 소설' 첫 번째 프로젝트로 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를 펴냈습니다. 오디오북에 이어 종이책을 내고, OST와 뮤직비디오, 책과 관련한 전시까지 기획했습니다. 박정민 씨는 신간 기획과 제작, 마케팅까지, 그야말로 모든 과정을 '완주'하고 있는데요, 배우 활동할 때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죠. 아이디어와 열정 넘치는 출판사 대표 박정민 씨 이야기 직접 들어보세요.
김수현 기자 : OST 말씀도 하셨는데 진짜 OST까지 가니까 '정말 진심이시다. 정말.' 뮤직비디오도 나왔잖아요.
류란 기자 : 또 대단한 분들이 참여하셨어요. 잘 사셨어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웃음)
박정민 배우 : 예 그렇죠. (웃음) 이거는 되게 오래됐어요. 'OST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야지'라고 작가님 섭외하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듣는 소설 하게 되면 해야겠다.'
박정민 배우 : 네. '듣는 소설을 하게 되면 음악 만들어서, 뮤직비디오도 만들어서 어디에 올리든지 전시를 하든지 해야겠다.' 그 생각이 저 자신한테 마치 지켜야 될 약속 같은 게 돼버린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그건 해야지'라고 이유 없이 그냥 진행을 한 거예요.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라고.
류란 기자 : 내가 낸 숙제? (웃음)
박정민 배우 : 네, 어느 순간에. 사실 이유 없거든요. 굳이 OST 왜 만들어요? 뮤직비디오는 왜 만드냐고, 굳이.
류란 기자 : 그래, 2인 출판사에서.
김수현 기자 : 듣는 소설 했는데 뮤직비디오 만드시고.
박정민 배우 : 네. 근데 당연히 해야 되는 것처럼 음악 감독들한테 OST 만들어 달라고 하고 (웃음) 뮤직비디오 감독 찾아가서 '이거 좀 해달라' 한 거예요. 이 음악 감독들도 훌륭한 분들이거든요. 엄청나게 주목받고 인정받는.
류란 기자 : 성함 좀 언급해 주세요.
박정민 배우 : 윤마치라는 싱어송라이터와 구름이라는 프로듀서인데, 지금 굉장히 떠오르고 있는. 이미 구름이라는 프로듀서는 많은 가수들이 같이 일해보고 싶어하는 프로듀서였고 윤마치는 막 떠오르고 있는 신예 싱어송라이터인데 만나게 된 계기도 신기해요.
김수현 기자 : 어떻게 만나셨어요?
박정민 배우 : 원고를 받고 막 읽고 '어, 이런 거구나. 음악 감독 이제 누구 섭외하지?' 당연하다는 듯이. (웃음) '음악 감독 어떻게 섭외하지' 하고. 근데 유명한 사람들한테는 못 하겠잖아요. 제가 가수 친구나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떡하지' 하다가 어느 날 제 유튜브 알고리즘에 어떤 여가수가 떠서 봤는데 저희 책 원고랑 비슷한 느낌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예요.
누군지 봤더니 윤마치라는 가수였고, '이 사람 한번 섭외해 볼까?' 음악을 다 들어봤는데 어울릴 것 같았어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제가 작년에 자동차 광고를 찍으러 현장에 갔는데 그 사람이 있는 거예요. 광고의 모델로 온 거예요. 그냥 한두 컷 찍으러.
류란 기자 : 아, 이건 너무 소름돋았겠다.
박정민 배우 : 그렇죠? 그래서 '어? 윤마치 씨 아니냐고'. 맞대요. 제가 대뜸 '번호 좀 주세요.' 그래서.
김수현 기자 : 번호 따셨구나. (웃음)
박정민 배우 : 그래서 설명했죠. '제가 이런 걸 하는데 부탁드릴 게 있어서.' 아마 저희 스태프들이 봤으면 '여자 번호 딴다' 생각했을 거예요. 현장에서 여자 번호 딴다고. (웃음) 근데 저는 진짜 일말의 고민도 없이 번호 좀 달라고 그랬던 거거든요. 그분이 다음날 전화 와서 하겠다고. '아, 감사합니다. 근데 왜?' 물어봤더니 '유명한 분이 하자고 하면 해야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아, 그러지 마시라고. 저희 돈도 얼마 못 드리고 거절하셔도 된다.' 너무 하고 싶대요.
그러더니 일주일 있다가 전화가 와요. '제가 드려야 될 말씀이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불안하잖아요. '왜 왜 왜, 뭐죠?' 그러니까 한 분이 더 하고 싶다고. '누가요?' 그러니까 구름이라는 분이. 그래서 '그 사람이 왜요?' 그 사람 유명한 사람이니까. '왜요?' 그러니까 그냥 하고 싶대요. 그래서 '왜 하고 싶다고 그러지?' 하고 그분들 만나서 약속을 받은 거죠. '그럼 해 주시는 겁니다' 하고.
류란 기자 : 번복하지 마세요. (웃음)
박정민 배우 : 그렇게 해서 이제 이 음악이 닿았고, 저는 진짜 소름이 돋았고.
김수현 기자 : 촬영장에서 또.
박정민 배우 : 네. 핸드폰도 안 터지는 지하여서 입구에 가서 몰래 쉬는 시간에 듣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너무 좋네요' 하고 이제 뮤직비디오 만들어야겠다 하고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후배였던 뮤직비디오 감독이 있어요. 그 친구가 제니, 아이들...
김수현 기자 :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박정민 배우 : 이한결이라고, 제 고등학교 후배예요. 대학교 후배이기도 하고. 그 친구한테... 사실 그 친구 되게 큰 뮤직비디오 감독이거든요. 가서 '한 번만 해줘.' 그래서 '형이 하자는 건데. 알겠어요. 애들만 좀 챙겨주세요.' 하고 정말 소액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은 거예요. 거기에 남자 한 명이 출연해야 되는데 저는 나오기가 좀 어려울 것 같고, 내 고등학교 때 친구이자 대학교 때 친구인 조현철한테.
김수현 기자 : 고등학교 때부터.
박정민 배우 : 부탁을 한 거죠. 그래서 사실상 감독도 저희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고.
류란 기자 : 그러네요.
김수현 기자 : 좋은 학교 나오셨네요. (웃음)
류란 기자 : 잘 사셨어요.
박정민 배우 : 그렇게 셋이서 쫙 만들었는데 제가 편집본을 그저께 받았는데 너무... (웃음) '이 금액으로 만들 수 있는 뮤직비디오가 아닌데?' 그러니까 '신경 좀 썼습니다.' 자기도 이게 욕심이 나니까, 감독님이. 안 해도 되는 색보정과 효과 들을 넣어준 거예요. 그래서 그 금액으로는 턱도 없는 뮤직비디오가 나온 거죠.
류란 기자 : 잘 사셨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고, 클리셰긴 한데 선한 영향력인 것 같아요. 좋은 일 하신다고 하니까.
박정민 배우 : 아, 그렇죠. 그분들도 좋은 일이라고 하니까 나서준 거지 그냥 해달라고 그랬으면 안 해줬을 건데. 어쨌든 좋은 취지를 알아주고 와준 거기 때문에. 근데 사실 뮤직비디오는 좋은 취지가 아니잖아요.
류란 기자 : 내 숙제인데. (웃음)

▲ '완주:기록:01' 전시 (사진 : 출판사 무제 인스타그램)
박정민 배우 : 그렇잖아요. 사실 종이책도 좋은 취지는 아니에요. 이건 다른 책들하고 다를 게 없잖아요. 그럼 이제 이거는 좋은 일을 해야 돼요. 이 결과물로 얻어낸 무언가로는 또 좋은 일을 해야 되고, 그거가 무엇인지를 회사에서 두 명이서 고민을 해봐야죠. (웃음)
김수현 기자 : 보면 진짜 손열매와 어저귀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두 분이.
박정민 배우 : 그렇죠. 저도 좀 신기하더라고요. 저도 촬영하면서 사진기 들고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열매랑 어저귀 같은 거예요. 사실 우리 오디오북은 고민시 배우와 김도훈 배우가 녹음을 했잖아요. 오디오북은 시각적으로 강요하는 이미지가 없으니까 누가 와서 붙어도 그 사람처럼 보이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 옆의 누군가가 열매와 어저귀로 상상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이 되게 매력적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는 시도들을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지금은 '첫 여름, 완주'를 홍보하느라 되게 바쁘시잖아요. 전시도 하시고 북토크도 하시고. 이런 마케팅은 안 해본 사람이 하기가 쉽지 않은데.
박정민 배우 : 그렇죠.
김수현 기자 : 어떻게 계획을 다 짜시고 그렇게 하시는 거예요?
박정민 배우 : 15년 동안 배우 생활하면서 어쨌든 마케팅 전면에 나서잖아요. 배우가. 그 영화를 팔려면. 사실 그 안에 깊숙이 어떤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었는지는 몰랐어요. '그냥 뭘 하는구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서 이런 걸 하는구나. 이렇게 하면 뭐가 효과가 있나 보구나.' 이런 것들은 대충 알고 있었는데.
그 기억으로 책을 홍보할 때도 '이런 식으로 한번 홍보를 해보자' 우선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아, 이게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것이 있구나. 마케팅을 할 때는 나야 밖에 나가서 카메라 보고 웃으면 되는데, 이 안에서는 여러 가지 제안과 거절과 싸움과 서운함 들이 혼재돼 있다'라는 걸 이번에 안 거예요. 그래서 또 영화 제작사나 홍보사 사람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홍보하게 되면 뭐 얼마나 열심히 할지 약속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할 수 있는 건 해드리는 게 맞겠다는 생각도 들고.
근데 그렇게 마케팅 계획을 하면서 갑자기 그 생각이 딱 드는 거예요. '마케팅 이렇게도 해볼까 저렇게도 해볼까' 얘기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책 한 권을. 어쨌든 책이 세상에 딱 등장했을 때 이건 듣는 소설하고 오디오북하고 함께 등장한 책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책이 아닌 어떤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이런 책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또 만들 건데 그럼 그거를 틀어볼 전시회 같은 걸 한번 열어볼까? 전시회는 어떻게 하면 되지?' 생각하다가 작년에 성수동에 있는 LCDC라는 문화 공간에서 북토크를 하고 싶다고 저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그런데 북토크 할 책이 없었어요. '북토크를 할 책이 없는데 무슨 북토크를 하죠?' 그래서.
김수현 기자 : 그럼 거기서는 무슨 (생각으로)?
박정민 배우 : '지금 당장 안 하셔도 되고 앞으로 언제든지 뭐 하셔도 된다.' '오, 그러면 땡큐죠' 하고 가서 공간을 봤는데 작은 공간이 하나 있는 거예요. '여기서 내가 생각했던 거 한번 해볼까' 해서 물어봤어요. 여기 전시회 가능하냐 그랬더니 가능하대요. 그래서 기획을 한 거죠. '여기다가 암실을 만들어 놓고, 아예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오디오북을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일종의 간접 체험.
시각장애인의 시야가 어떤지 저는 알 수가 없으니까 '그분들의 시점에서 이걸 듣는 겁니다'라고는 말 못하겠고. 그냥 내 눈이 보이지 않을 때 청각이, 혹은 후각이 자극되면 어떤 느낌일지에 대해서 한번 간접 체험을 해보는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해서 기획해보고. 책과 관련된 MD 상품들도 만들어서 소개도 해보고. 저희 도서전도 나가거든요. 도서전 때도 또 색다른, 2차 창작물이겠죠? 그런 것들을 가져가서 소개해 드리고. 여름 동안에는 '첫 여름, 완주'를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의 소품들로 표현해보려고 하고 있죠.
김수현 기자 : 이게 패키지도 굉장히 신경 쓰신 느낌이 있어요.
류란 기자 : 너무 예뻐요.
박정민 배우 : 네. 저는 책 디자인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웃음) 제가 디자인하는 능력은 없고 제 유일한 취미가 북 커버 디자인 수집하기거든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래요?
박정민 배우 : 북 커버 사진 찾아서 저장해 놓는 게 제 유일한 수집... 컴퓨터로 뭔가를 수집하는 건 그거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전 세계에 있는 책 커버 중에 어떤 커버들이 예쁜가? 구현이 가능한 것들이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를 찾아보는 취미가 있는데, 그러면서 북 커버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게 된 거죠.
이번에도 '일반적인 책의 형태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시리즈로 나올 거고.' 뭐가 좋을까 하다가 소설의 가장 중요한 오브제로 비디오테이프가 등장하니까 옛날에 비디오테이프 집에 있었던 거, 슬라이드 케이스 이렇게 생겼잖아요.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물론 이 책의 크기 때문에 비디오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수 있지만 연상 정도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이 형태를 디자이너님에게 제안을 드렸고 동의해 주시고 열심히 만들어 주신 거죠.
사실 제작비 대비 책값이 싸요. 근데 어쩔 수 없는 게 책이 얇잖아요. 이 얇은 책을 비싸게 팔기는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그래, 어쩔 수 없지' (웃음)
김수현 기자 : 얼마나 파셔야... 왜 'BEP(손익분기점)가 얼마냐' 막 이러잖아요.
박정민 배우 : 아, BEP는 넘기겠죠. 지금 어쨌든 판매 추이를 보면 BEP는, 손익분기점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류란 기자 : 어제 목동 교보문고 갔더니 2위까지 올라가는 것 같던데요?
박정민 배우 : 그래요? 감사해라. 근데 어쨌든 저는 사실상 이 듣는 소설이 또 저희 출판사의 먹거리라고도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유명한 작가님들하고 작업하는 거기도 하니까. 그래서 더 많이 팔아야 되는 것도 있죠. 작가님이 마음을 써주신 건데 제가 뒷짐지고 '책의 힘을 믿겠습니다'라고 하면 이것만큼 꼴 보기 싫은 것도 없잖아요. 전면에 나서서 열심히 홍보도 하고 해서 어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놔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또 할 수 있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더라도 해야만 하는 이야기들은 해야 되니까. 그러려면 사실 빠듯합니다. (웃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