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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3월 말에 일본 정부가 내놓은 지진 전망이 큰 충격을 줬는데요. 난카이 대지진이 정확히 어떤 지진이길래 이렇게 무시무시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A. 난카이라고 하는 지역을 먼저 이해해야 되는데요. 일본 열도에 크게 보면 2개의 해곡이 존재합니다. 판과 판이 충돌하는 곳을 해곡이라고 일컫는데요. 도쿄로부터 북쪽 지역에는 태평양판이 일본 열도와 충돌하고 있는 일본 해곡이 있고, 그 남쪽으로 난카이 해곡이 있습니다. 난카이 해곡은 일본 열도와 필리핀판이 충돌을 하고 있는데, 도쿄는 두 판이 충돌하는 절묘한 경계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난카이 해곡에는 100년~150년 주기로 규모 7점대 후반이나 8점대 초반에 이르는 큰 지진들이 발생해 오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 지역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면 큰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난카이 해곡도 도카이, 도난카이, 난카이 세 부분으로 쪼갤 수 있는데 도카이 지역과 난카이 지역에서는 방금 말씀드린 100년~150년 주기의 지진들이 이미 발생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넘어선 상태고, 규모 9.0에 이르는 초대형 지진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됩니다. 이 규모 9.0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의 규모 9.0 지진과 같은 규모거든요. 규모도 굉장히 크고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보니 큰 피해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난카이 대지진, 후지산도 폭발시킬까?
Q.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후지산 같은 화산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가능성은 어느 정도?
A. 1707년 호에이 지진 발생 49일 후에 후지산 폭발 기록이 후지산의 마지막 대규모 폭발 기록이에요. 1707년 이후로 지금까지 후지산은 활화산인데도 불구하고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호에이 지진 때 후지산이 폭발했는가? 사실 이때만은 아니고 동일본 대지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 등 지진 발생시 인근 화산들이 활동한 이력이 관측됩니다.
원리는 간단한데요. 지진파가 강력하게 발생하게 되면 지진파가 인근 화산체 지하에 있는 마그마 방을 흔들면서 지나가요. 마그마 방을 크게 흔들면 액체인 마그마 방 내에 가스 버블이 발생합니다. 우유 막 흔들면 우유 안에 거품이 부글부글 해서 우유가 터질 듯이 팽창하잖아요. 마그마 방도 똑같거든요. 지진파가 심하게 흔들고 지나가면 마그마 방 내에 거품이 커지고 마그마 방이 터질 듯이 압력이 증가하게 돼요. 그러면 화도를 따라서 마그마가 상승하게 되고 폭발로 연결되는 거거든요.
이런 원리 때문에 큰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 지진파가 지나가면서 많은 화산들을 활성화시키는 일들이 있었어요. 1707년 호에이 대지진 때 후지산 폭발도 일으켰기 때문에 이번에도 난카이 해곡에서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면 후지산 활동 분화를 촉진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Q. '30만 명의 사망자와 1,230만 명의 피난민' 시나리오는 후지산 폭발까지 고려한 건 아니죠?
A. 넣지 않은 거죠.
Q. 후지산까지 폭발한다면 그 영향은?
A. 재난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이번에 미얀마 지진도 그렇고, 큰 지진이 나면 그 도시의 인프라는 다 파괴되거든요. 구호물자를 공중에서 전달하는 일이 부분적으로 가능할 텐데, 만약 후지산이 폭발해서 화산재 등이 공기 중에 퍼지게 되면 항공 물자 수송도 불가능해지는 거예요. 화산재가 다 떨어져서 식수도 없어지고 음식도 없어지고, 구호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거죠.

Q. 조금 민감한 질문인데, 일본은 두 번의 원자 폭탄도 겪었던 나라잖아요. 만약 난카이 대지진이 진짜 규모 9.0으로 나고 후지산의 분화까지 이어진다고 하면 그 피해의 정도가 과거에 있었던 인간의 재해와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클 거라고 보세요?
A.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 일단 이 난카이 해곡으로만 해서 예상되는 재해 정도가 너무 어마어마해서요. 거의 2천 조 정도 예상하는 것 같던데 화산까지 겹치게 된다면 경제적인 피해가 어마어마한 거죠. 일본의 1년 총생산량을 몇 배 초과하는 양이 될 거거든요. 한동안 일본 경제도 엄청난 수렁에 빠지게 될 공산이 큰 시나리오가 되고요. 그렇게까지 되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하겠죠.
Q. 인명 피해나 경제적 피해가 과거 2차 세계대전 때 있었던 인간의 재해보다 더 클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이신 거죠?
A. 그럴 개연성이 크죠. 최악의 시나리오는.
300년의 지진 에너지 쌓였다..."오늘 대지진 덮쳐도 이상할 게 없어요"
Q. 1700년대 이후로 없었으면 거의 300년 넘게 '응력'이 쌓이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되나요?
A. 굉장히 무서운 얘기죠. 일본 정부가 향후 30년 내에 7점대 후반이나 8점대 초반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80%라고 하는 건, 사실은 내일 일어나도, 지금 일어나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와 똑같습니다.
그런데 우려되는 건 그런 정도의 지진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도카이 지역과 난카이 지역은 난카이 해곡의 끝과 끝이어서, 한쪽이 쪼개지면서 다른 쪽 끝까지 연쇄적으로 쪼개지게 될 때는 난카이 해곡 일대 전체가 쪼개지는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규모 9.0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난카이 해곡 주변 최근 지진들, 대지진 앞당기고 있나
Q. 큰 지진이 한 번 나면 여진도 많이 나잖아요. 지진이 오랫동안 안 나고 있으면 응력이 쌓인다고 하는 게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A. 응력이 지진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임은 틀림없습니다. 지구 내부가 굉장히 뜨거워서 열이 올라오고 지구 내부의 맨틀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거든요. 맨틀 외곽에 있는 지구의 제일 바깥쪽은 암석권이라는 두꺼운 판으로 구성돼 있어요. 지구 내부가 계속 열대류 운동을 하고 지표에 있는 판들은 계속 움직이고 서로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런 판의 움직임의 결과로 판의 충돌 때 많은 에너지가 쌓이는 것을 응력이라고 합니다.
이 힘이 계속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땅이 견딜 수 없는 힘의 임계치(한계)에 도달해서 땅이 부서지게 되는데 이것을 단층, 그리고 우리가 목격하는 것을 지진이라고 합니다. 단층 운동과 지진은 같은 말인데요. 지진은 한 번 발생하게 되면 자신이 갖고 있던 에너지를 주변에 내놔요. 자기 땅은 부서뜨리고 그 부서뜨리는 효과로 배출되는 에너지는 내 주변에 쌓아요.
그러면 내 주변의 약화된 곳에는 원래 갖고 있던 에너지에 그 에너지를 쌓기 때문에 판이 조금만 더 충돌해 들어오면 바로 100점이 돼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연결될지 모릅니다. 작년, 올해 발생한 지진들은 조금씩 조금씩 돌멩이 하나를 놓고 있는 셈이라고 보면 되는 거죠. '안 났으니까 끝' 이런 건 없고 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Q. 난카이 해곡의 현재 '지진 에너지' 수준 관측해 보니?
A. 태평양 판과 일본 열도는 1년에 10cm씩 부딪힙니다. 1년에 한 5~7cm 속도로 충돌하는데 이론적으로 충돌을 했으면 그만큼 들어가야 되잖아요. 근데 계산을 해보면 분명히 부딪혀 들어오는데 소모되는 양이 없는 거예요. 그건 쌓이는 에너지 양이 되는 거죠. 그 양이 난카이 해곡을 따라서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게 확인됩니다. 그런데 과연 몇 점에 도달했을 때 부서지는지 모르는 거예요.
우표에 구멍이 뚫려 있잖아요. 우표를 쉽게 뜯으라고 구멍이 있는 겁니다. 단층면에 작은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은 우표 주변에 구멍을 뚫는 역할과 같아요. 그래서 단층의 작은 지진으로 에너지를 배출한다는 것은 단층에 쌓인 에너지를 배출한다는 얘기도 되지만 단층이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쪼개 놓는 역할도 합니다.
Q. 난카이 해곡, 바로 대지진 나거나 '규모 7 이상' 지진 반복되다 더 큰 지진이 나거나?
A. 그렇죠. "운이 좋아서 작은 지진이 많이 나서 이 에너지를 다 회수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이론적으로 맞는데, 지진학적으로 규모 2와 규모 3은 에너지가 32배 차이 납니다. 규모가 한 단계 바뀔 때마다 32배씩 차이가 납니다. 규모 2가 1천 번 발생해야 규모 4 한 번 발생했을 때의 에너지를 배출하는 거예요. 잔지진이 엄청나게 많이 나야 큰 지진 하나 꼴 정도의 에너지를 배출할 수 있는 거죠.
작은 지진이 많이 나서 큰 지진 발생 에너지를 떨어뜨리겠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나게 나야 돼요. 그러니까 이 정도로는 절대 큰 지진 발생 에너지를 해소하지 못한다. 즉 작은 지진이 많아지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큰 지진 발생 에너지가 큰 지진을 일으킨다는 얘기로 해석해야 합니다.
난카이 대지진 발생 가능성, 30년 안에 80%?...너무 모호하지 않은가?
A. 이 시점을 못 박지 못하는 게 과학자의 한계입니다. 이곳에 언젠가 지진이 발생할 거라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시기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온도, 압력 조건이 바뀌거나 다른 판의 움직임이 살짝만 틀어져도 시기가 몇십 년 바뀝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나기 전, 3월 9일에 규모 7.3 지진이 바로 그 자리에서 났습니다. 이 지역에서 날 만한 지진이었어요. 지진 해일도 동반하지 않았고 내륙에서 약 200여 km 떨어졌기 때문에 내륙에는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7.3 지진이 그곳에 날 만한 지진이어서 별로 걱정 안 했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지진이 땅을 쪼개는 역할을 하고 규모 9 지진을 일으키기 쉬운 여건을 만든 지진이 돼버린 거예요. 그래서 이틀 후에 거대 면적이 쪼개지면서 규모 9.0 초대형 지진이 나게 된 거죠.
"도쿄 땅 바로 밑에서 큰 지진이 날 수 있습니다"
Q. 난카이 대지진, 도쿄 앞바다에서 발생한다면?
A. 도쿄 앞바다, 도카이 지역은 필리핀 판도 들어가고 태평양 판도 충돌해서 교차해서 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복잡하게 응력이 쌓이고 있고, 특히 필리핀 판은 도쿄 바로 밑까지 이어져 있어서 이곳에 거대한 단층이 있는 게 확인됐어요. 도쿄 바로 밑의 이 거대 단층이 지진을 일으키게 되면 대도시 아래에서 바로 지진이 난다는 '직하 지진'이라는 말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도쿄는 난카이 해곡뿐 아니라 난카이 해곡 지진이 유발하게 될 일본 수도권 하부의 직하 지진도 걱정하고 있는 형편인 거예요. 일본 정부가 여러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비책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Q. '난카이 해곡 지진 + 일본 수도권 하부 직하 지진' 같이 날 수도 있지 않나요?
A. 그렇죠. 난카이 해곡 지진이 나면 판 경계부가 한꺼번에 쪼개지면서 일본 열도 아래로 한꺼번에 쓱 밀려들어가게 되거든요. 그럴 때 이 끝단에 자리 잡고 있는 많은 단층들을 갑자기 밀어붙이는 운동을 하게 돼요. 그러면 도쿄 아래에 있는 단층들도 힘이 쌓여 있는 상태에 갑자기 밀어붙이는 힘이 추가로 가해지기 때문에 지진을 유발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