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인제 계곡서 사라진 실종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지난 2015년 5월 3일, 홀로 두 아이를 키우던 김주철 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실종 이틀 전 전처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던 그는 실종 당일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단골 스쿠버 가게를 방문한 후 오후 18시 10분 강원도 인제의 계곡 쪽으로 향했고, 그 모습이 CCTV에 포착된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후 21시 12분경 그의 휴대전화는 배터리가 강제로 분리되었고 그렇게 생활 반응도 끊겨버렸다.
당시 그의 지인들은 김 씨의 실종을 두고 납득할 수 없다며 그가 사라질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지만, 그와 절친하던 탈북자 출신 이철진 씨는 그가 죽고 싶어 했고, 지인에게 청산가리를 부탁하기도 했다는 말을 해왔다.
그리고 조사 끝에 김 씨가 실종되던 당시 곁에는 이 씨가 함께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포착된 CCTV 영상에도 이 씨가 김 씨가 운전하던 차량의 조수석에 타고 있었던 것.
뒤늦게 김 씨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이 씨. 그는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함께 야영하다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새벽 김 씨가 먼저 가라고 해서 그를 두고 먼저 돌아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둘이 갔다가 하나만 돌아온 사건,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 씨는 자신을 엘리트 남파공작원 출신이자, 한 대학병원의 병원장 양아들이라고 소개하며 김 씨에게 먼저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인맥으로 김 씨가 장례식장 운영권을 얻게 해 주겠다고 했다. 이에 김 씨는 이 씨에게 10억 원이 넘는 돈을 건넸다는 것.
제작진은 이 씨를 직접 만나 그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김 씨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화를 내며 제작진을 내쫓았다.
처음에는 실종 당시 김 씨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을 하다가, 증거를 내밀자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펼친 이 씨.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대암산의 다소골길의 11번째 다리에서 야영을 했다. 그러나 이 장소는 다리 위가 물바다였고 텐트를 고정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또한 해당 장소를 잘 아는 이들은 대암산은 5월에도 춥고 야생동물이 출몰해 야영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대암산은 실종 당시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하필 실종 당일은 부슬비가 내려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CCTV가 먹통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아쉬움을 자아냈다.
제작진은 이 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직접 그의 주장대로 해당 시각에 그 장소를 찾아갔다. 차를 타고 그곳을 찾아가는 것도 힘든 어둠에 야영이 불가능한 형세에 이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경찰은 김 씨의 휴대전화 배터리가 강제 분리되기 전 초기화가 되었는데 이 전에 김 씨가 살해되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이는 계곡에 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 목격되고 1시간 후였다.
김 씨 실종 19일째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던 이 씨. 그는 "술 먹고 사람을 죽였을 때 처벌을 어느 정도로 받냐? 아내를 불러주면 다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라는 말을 했고 이에 경찰은 이 씨가 범인이라 확신했다고. 그러나 이후 검찰은 시신이 없는 사건이라 이 씨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를 포기했고 그대로 이 씨가 풀려나면서 경찰은 그가 하겠다는 대답을 영영 듣지 못했다.
당시 이 씨의 차량과 휴대전화 압수 수색이 진행됐지만 차량에서는 김 씨의 머리카락 한 올도 나오지 않고 휴대전화는 김 씨가 실종되기 이전 내역이 전부 삭제된 후였다.
김 씨의 해병대 선배는 당시 이 씨에게 정말 이 씨가 그랬냐며 왜 그랬냐고 물었지만 당시 이 씨는 이전과 다른 얼굴을 하며 돌변했다는 것.
그리고 이 씨의 수상한 행적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다며 김 씨가 실종되기 전 이 씨가 김 씨의 집에서 불을 낸 적이 있다고 했다. 김 씨의 아들은 이 씨가 냄비에 불을 냈다고 말했던 것.
전문가는 김 씨 아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김 씨는 아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측에 있을 때의 자신의 출신과 화려한 배경을 자랑했던 이 씨. 탈북난민인권연합회 회장은 "통수권자로 있었으면 탈북 안 한다. 아버지 백으로 해서 얼마든지 편하게 통행증 없이 북한 전역을 다닐 수 있는 권한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일성종합대학 같은 곳은 여기만 나오면 대위급으로 나오는 게 정상인데 이 사람은 화학병이라고 이야기한다. 100%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탈북 후 한 대학병원에서 기능직으로 일을 시작했던 이 씨는 자신이 병원장의 양아들이라고 했는데 이때 김 씨가 이 씨의 사업 권유에 최소 10억 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입찰 보증금은 4천만 원이었고 김 씨가 해당 사업을 따내기에는 조건을 불충족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 씨가 김 씨를 속인 듯 보였다.
당시 김 씨의 계좌에서는 뭉칫돈이 현금으로 출금된 흔적도 많았는데 이에 경찰은 "그렇게 받은 돈을 이 씨가 개인적으로 다른 목적에 다른 건물을 사는 데 사용했다. 이것이 기망 착오 편취 행위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라며 당시 19억 원이 웃도는 건물을 이 씨가 아내의 명의로 구매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에 이 씨를 아는 지인은 "건물 사기 전에는 월세로 살았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경찰은 "실종자가 돈을 독촉한 이력이 있다. 계속 독촉을 하자 갑자기 여행을 가자 제안했다. 그리고 둘이 갔다가 결국 한 사람만 나온 것이다"라고 했다.
이에 전문가는 "김 씨를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주었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라며 김 씨가 이 씨를 따라 여행을 간 이유를 추측했다.
제작진은 김 씨와 함께 사라진 텐트, 이불, 막걸리, 휴대전화 등 단서가 되는 것을 찾기 위해 수색을 진행했다. 또한 김 씨의 시신이 수장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당시 동선을 분석해 시신 수장 가능성이 있는 저수지도 수색했지만 어디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물이냐 산이냐 물었을 때 물은 진실, 산은 거짓 반응이 나왔다. 살해된 것은 분명히 산이 맞는 것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은 전문가와 함께 실종 당시 김 씨의 휴대전화에 잡힌 기지국의 주파수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이 씨가 주장한 위치에서는 해당 주파수가 잡히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기지국 주파수가 잡히는 다른 장소를 찾아냈다.
이 장소는 누군가의 무덤가로 드러났다. 또한 솔잎을 따기 위해 대암산에 갔다는 이 씨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소나무가 곁에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제작진은 취재를 통해 얻은 자료들을 모두 수사 당국에 넘기기로 했다.
그래서 하루빨리 그날의 거짓말이 땅 위로 드러나 범인이 죗값을 치를 수 있기를 빌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