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해외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고 뜨거운 관심 속에 귀국 독주회를 열었던 게 1983년,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입니다. 그가 유학했던 1960-70년대, 뉴욕의 한국 음식점은 단 두 곳, 동양인은 대부분 일본인 취급을 받았고, 한국인 연주자의 해외 콩쿠르 입상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주요 콩쿠르에서 한국인 수상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인 음악가들이 즐비합니다.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요즘 클래식 음악가들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해외에서 실감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 직접 확인해 보세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출연한 커튼콜 261회 풀영상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저도 어릴 때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하면 '외국에서 엄청 잘 나가는 분이고 정말 천재'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자랐던 기억이 있거든요. 70년대. 그때 잘 생각나세요? 활동하시던 거?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그게 1983년도였네요. 그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죠 어떻게 보면. 요즘 소셜 미디어 뭐 이런 것들하고는 전혀 관계없고 그러니까.
김수현 기자 : 네, 인터넷도 없고. 그냥 신문 이런 거 보고.
이병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요.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그렇지, 신문 같은 데 의존해서 소식도 듣고. 사실 굉장히 인상 깊었죠. 처음 제가 연주하러 왔을 적에 83년도에.
김상진 비올리스트 : 호암아트홀이었죠.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아니, 처음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오케스트라랑.
김수현 기자 : 아, 협연하셨고.
김상진 비올리스트 : 아, 그게 아니라 독주회 처음이 호암아트홀로 기억하는데. 그때 '그리그 소나타 3번' 하시고.
김수현 기자 : 아, 가셨나요?
김상진 비올리스트 : 그럼요. 저희가 같은 세대잖아요(웃음).
김수현 기자 : 근데 인연이 있으시죠?
김상진 비올리스트 : 네.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네, 김상진 씨 아버님이 저희 선생님.
김수현 기자 : 네 그렇게 들었어요.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그러니까 초이스가 별로 없었어요(웃음). 제가 처음에 유럽 갔을 때가 1974년도였는데요. 미국에서 있다가 학생 때였는데, 1974년에 제가 비엔나에 들렀어요. 그때 김상진 씨 아버님이 유학하러 가셨었죠.
김상진 비올리스트 : 네, 유학 겸 취직해서 가신 거죠.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유학 겸 오케스트라에서. 그래서 제가 그때 선생님 만나러 비엔나에 들렀어요. 김상진 씨가 2살 때였는데.
김수현 기자 : 아기(웃음).
김수현 기자 : 요즘은 콩쿠르 입상하는 (한국) 연주자들이 너무 많아졌지만 그때는 거의 아무도 없고, '도대체 해외에 저런 콩쿠르는 어떻게 나가나' 이런 시절인데. 유명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라든지 칼 플레쉬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이런 데서 다 입상하시고 참.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그때만 해도 그렇게 콩쿠르가 많지는 않았어요. 요즘은 너무 콩쿠르가 많아져서 사실 뭐 못 들어본 것들도 많고(웃음).
김수현 기자 : 그때 콩쿠르 나갔을 때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세요?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글쎄요. 저는 콩쿠르 너무 싫어서 많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몇 개 나갔었는데, 하여튼 콩쿠르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도 할 수 없이 몇 번 나갔었죠(웃음).
김수현 기자 : 그때도 대서특필됐던 것 같거든요. 제가 어렸지만. 그러니까 얼마나 그 당시에, 70년대잖아요. 콩쿠르 나가셨을 때가.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너무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제가 1967년에 미국을 처음 갔었는데 그때만 해도 줄리아드 스쿨 같은 데 한국 사람이 몇 명 안 됐어요.
김수현 기자 : 없죠, 네.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그리고 뉴욕에 한국 음식점도 두 개밖에 없었고. 그때만 해도 유태인들이 전부 지배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동양 사람들이 끼는 거는 힘들었죠.
일본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서양과 많이 접촉을 해서 일본 학생들은 그래도 꽤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까 미국 사람들이 아는 건 그저 일본 학생들 정도고, 동양 사람은 다 일본 사람 비슷하게 취급해서 '일본 사람들이, 동양 사람들이 서양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뭐 이런 식으로.
그래서 '일본 연주자들은 기교는 좋고 잘하는데 개성이 부족하고, 음악적인 면에서 좀 부족하다' 이런 평들이 많고, 한국 사람들까지 거기 끼어서 같은 취급을 받았던.
김수현 기자 : '아시아 연주자들은 다 그렇다'.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네. 그런데 뭐 요즘은 완전히 바뀌어서, 오히려 거꾸로 되고. 이제 동양 사람들이 완전히 다 휩쓰니까. 몇십 년 사이에 완전히 세상이 바뀐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요즘 많은 후배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너무 잘하는 후배들도 많고.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글쎄요, 그거 참 좋은 현상인데. 우선 한국의 국력이 많이 강해졌다는 것도 실감하니까 그런 게 도움이 많이 되죠. 한국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고, 젊은 연주자들한테는 참 좋은 기회죠.
김수현 기자 : 네. 김상진 선생님은 어떠셨어요?
김상진 비올리스트 : 저도 선생님보다는 많이 아래 세대지만 제가 유학 갈 당시도 동양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꼭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는데, 요즘 해외에 나가 있는 제자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일단 팝 음악의 대중적인 파급력이 크고 'K-컬처'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어서.
김수현 기자 : 네, 'K-팝'을 위시해서.
김상진 비올리스트 : 그래서 '아이돌들한테 너무 고맙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웃음). 일단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자기가 아는 한국말 하나씩 하면서 더 잘 보이려고 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저 유학할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얘기죠.
김수현 기자 : 그렇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