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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금감원에 돌을 던져도 되는 걸까 [취재파일]

'기업은행 비리' 공보 문제 삼는 감사원..알권리에 돌 던진 셈

감사원이 금감원에 돌을 던져도 되는 걸까 [취재파일]
"후배들이 정말 걱정입니다. 임원들이야 원장과 임기를 같이 한다고 해도 후배들은 앞으로 일할 날이 창창한데…감사원한테 시달리는 동안은 승진에도 분명 불이익이 있을 겁니다." 금융감독원 간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있었던 IBK기업은행 부당대출 검사 상황 발표를 감사원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을 두고 한 얘기다.
기업은행, 농협조합 부당 대출 적발
금감원은 기업은행 전현직 직원들의 공모로 이뤄진 882억 원대 부당대출과 은폐 정황을 확인해 지난달 25일 언론에 밝혔다. 감사원은 검사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이 발표가 '금감원의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일 수 있다며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법 35조는 금감원 전현직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직무상 목적 외에 사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문제 된 발표는 이복현 금감원장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일이 2년여 전에도 있었다. 2022년 9월 감사원이 금감원을 정기 검사하는 과정에서 수년 전 일을 끄집어냈던 것이다. 감사원은 과거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특별감리 결과를 증권선물위원회에 올리기로 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안내한 것을 따졌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비밀유지 의무 위반 아니냐"는 요지였다. 당시 감사원은 금감원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에까지 의견을 구해 "위법 요소가 있다"는 회신도 받아냈다.
이복현 금감원장
그때와 지금이 다른 건 이복현 금감원장의 잔여 임기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았던 그땐 '실세' 금감원장이 직원들의 바람막이가 되어 줬다. 이 원장은 감사원 감사가 한창이었던 지난 2022년 10월 국회에 나가 삼바 관련 안내가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자신 삼바 사건의 수사검사 출신이기도 한 금감원장이 감사원은 물론 상급기관의 "위법" 해석까지 정면 반박한 것이다. 실세 원장의 방어가 통한 것일까, 요란했던 감사원 감사는 흐지부지된 채 감사보고서에도 못 담긴 ‘지난 일’이 됐다. 그랬던 감사원이 이 원장 임기 만료 한 달여를 앞두고 다시 같은 혐의를 들고 나온 꼴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금융위는 사뭇 즐기는 표정이다. 실세 금감원장의 튀는 행보에 늘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던 금융위다. 고분고분 시키는 일만 하는 금감원이 아니라 안 그래도 불편했는데 "잘 걸렸다"는 분위기마저도 읽힌다. 상급기관 옹호도 못 받는 금감원 직원들은 이제 퇴임을 앞두고 두께가 퍽 얇아진 이 원장 바람막이 안에서 착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키는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 직원들만 고생"이란 거다. 우리은행 등 횡령과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최근의 MBK 검사 관련 브리핑 등 ‘걸면 걸릴 만한’ 발표가 이 원장 임기 동안 숱했다.
 
감사원
그런데 이런 발표들이 모두 정말 돌을 맞아야 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시장 감독기관으로서 금감원은 '프로'들이 벌이는 불법과 불공정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게 존재 이유다. 개미투자자 등 무수한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에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금융거래질서를 확립하려면 시장 참여자가 고루 접근하기 쉬운 공보(公報)행위는 필수다. 언론 대상 발표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를 이룰까. 감사원이 던진 돌은 국민 알권리에 던진 돌이란 생각이다.
 
금감원 임원에게 후배 걱정을 안긴 기업은행 비리는 오히려 감사원이 적발해 국민에게 밝혔어야 할 일이다. 감사원법이 정한 분명한 피감기관의 요지경 행태를 맑은 눈으로 발견하기는커녕, 이를 먼저 적발해 세간에 알린 금감원을 조사하겠다는 건 그 자체로 부조리하다. 평소 '★♣…' 따위 알아보지 못할 약물(約物)로 점철한 감사보고서를 그나마도 선택적으로 공개하고, 감사위원과 사무총장 성향에 따라 편의적인 ‘언론 흘리기’를 해온 감사원이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나. 실세 원장은 떠나도 금감원 직원들의 업무가 위축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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