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의 나이가 65세를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천만 을 넘긴 65세 이상 고령층은 5년 뒤 1천3백만, 10년 뒤에는 1천5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돈을 벌어도 보고 써 본 적도 있는 이 베이비붐 세대는 '나'를 위해 돈을 쓰는 데도 인색하지 않은데요, 이런 점을 고려해 새로운 시장,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나선 기업들도 있습니다. 연중 기획 '소멸의 시대, 희망의 내일로', 오늘부터 네 차례에 걸쳐 노인을 위한 기술, 에이지 테크를 중심으로 시니어 산업의 현실과 미래를 집중 보도해 드립니다.
그 첫 순서, 박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75살 진상희 씨는 1년 전부터 매주 한두 차례 학습지 선생님을 만납니다.
[요거랑 같은 게 어디 있을까요? 네, 맞아요. 잘 찾으셨어요.]
3, 40대 때 어린 자녀들에게 붙여줬던 그 선생님을, 성인이 된 자녀의 권유로 다시 찾은 겁니다.
과목명은 수학, 영어가 아닌 브레인 트레이닝, 치매 예방을 위한 두뇌 활동 교육입니다.
[진상희/경기 화성시 : 간간이 이제 실수하는 게 보였나 봐요. 출입문 있죠, 가끔 이게(비밀번호가) 헷갈리더라고요. 몇 번 눌러도 안되는 때가 있더라고요.]
[자, 시작! 앞으로 쭉! 그렇죠.]
이 학습지 업체의 고객에 노인이 포함된 건 채 2년이 안 됩니다.
운동 프로그램부터 학습지까지 서비스도 다양해지면서, 노인 회원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시작! 하나, 둘, 셋.]
노화에 따른 근육의 기능 변화, 이른바 노쇠 정도를 측정해 주는 이 기기는, 카이스트 출신 박사들과 노년 내과 의사가 의기투합한 한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했습니다.
젊을 때와 달리 같은 나이대라도 천차만별인 노인의 운동 능력을 보다 손쉽게,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그에 맞는 운동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겁니다.
[(실제 나이는) 74살이신데 신체 나이는 64살, 그리고 어머니는….]
전국 3백여 개 복지관, 의료기관을 넘어 이제는 해외 진출까지 진행 중입니다.
[윤성준 대표/노쇠 측정기기 스타트업 : 노인들 안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노인들이 있고, 그 노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관리해야 될 지가 관심사가 되면서 저희 같은 기술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노인을 위한 기술, 에이지테크를 중심으로 5년 뒤 국내 시니어 산업은 270조 규모로 커질 걸로 전망됩니다.
건강하고 기술 수용성이 높은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 비교적 여유 있는 자산을 가진 중산층 시니어의 등장으로 산업의 성장 속도는 빨라질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매년 23%씩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까지 감안하면,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영선 교수/경희대 AgeTech연구소장 : 다양한 수요에 기반한 연구와 개발, 그리고 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모두 (합쳐져 하나의) 생태계로 만들어진다면 시니어 산업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노인 세대 부양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초고령 사회의 위기를, 새 산업, 새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오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