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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안 좋아해서"…'야간 노동'에 쓰러지는 미화원

<앵커>

우리 사회가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필수노동자라고 합니다. 환경미화원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주로 밤늦은 시간에 일을 하다 보니 사고나 과로로 추정되는 질환으로 숨지는 노동자가 한해 평균 100명이 넘습니다.

이렇게 꼭 밤늦게 또 새벽에 일을 해야만 하는 건지 엄민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입니다.

밤 9시가 되자 생활폐기물 수거 차량이 도착하고, 작업복을 입은 이들이 거리로 나섭니다.

[김영수/환경미화원 : (작업을 몇 시부터 이렇게 하는 거예요?) 9시부터요. (몇 시까지?) 새벽 6시까지. 주택가 거를 한 곳으로 모아놓은 거라서 좀 많은.]

김 씨는 이렇게 1년 310일 야간 근무를 8년째 하고 있습니다.

[김영수/환경미화원 : (주간 근무를 못하는) 제일 큰 게 민원 때문에 그런 거, 빨리 왜 안 치워 가느냐, 그런 민원인 거죠.]

밤낮을 바꿔 일하다 보니 대부분 만성 피로에 여러 질병을 달고 삽니다.

[김종대/환경미화원 : 암에 걸린 사람도 있고 고지혈증도 있고, 당뇨 뭐 기본적으로 이제 그런 병은 다 안고 사는 것 같아요.]

음주운전 차량 등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도 많습니다.

[○○○/전 환경미화원 (사고 피해자) : 술 먹은 차가 와서 받아버렸어요, 나를. 무릎 위에 다 깨져버려 갖고 절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최근 5년간 업무 관련 질병이나 사고로 555명의 환경미화원이 숨져 산업재해 유족급여가 신청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과로사 주요 판단 지표인 뇌, 심혈관 질환 사망자가 1/3을 넘습니다.

[김종진/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야간 근로는 발암물질 2급하고 준하게 평가하고 있고, 야간 노동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논문이나 실증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물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 환경미화원들은 대부분 주간에 작업하고, 야간작업이 필요할 경우 최대 허용 시간을 법으로 통제받습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9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환경미화원의 주간 작업을 원칙으로 정하고, '주민생활에 중대한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는 야간작업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원칙은 예외적이고 예외가 일반적입니다.

[○○구청 관계자 : 교통이랑 민원들, 주민들이랑 청소하는 인력들이랑 마주치게 되면 주민들이 별로 안 좋아하니까. 그런 것을 가장 우려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

실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 환경미화원이 낮에 일하는 곳은 도봉구와 강동구 2곳에 불과합니다.

주민 불편과 교통 민원이 필수노동자의 건강권에 앞서는 가치인지 환경미화원들은 묻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한결,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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