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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터널 뚫다가 '뻥'…"정밀 지반 조사 선행돼야"

<앵커>

멀쩡하던 도로가 갑자기 내려앉는 사고가 잇따르자 시민들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가 앞서 보셨듯 지하터널 공사 현장 근처에서 많이 일어난 만큼, 공사 단계 단계마다 정확한 지반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 내용은 김보미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지난달 24일,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진 서울 명일동 대형 땅꺼짐의 지름은 무려 20m, 깊이는 30m에 달했습니다.

7개월 전 서울 연희동에 생긴 대형 땅꺼짐으로 차를 몰던 노부부가 다쳤고, 부산 사상구에서도 최근 땅꺼짐 현상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땅꺼짐 사고는 2천85건으로 시민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문영순/서울 명일동 상인 : (땅꺼짐이) 여러 군데가 생기는구나…. 또 서울시의 어느 곳에서도 많이 생기겠다. 저도 운전을 하지만 항상 불안해요. 어디서 또 꺼질까봐….]

전문가들은 대형 땅꺼짐 사고는 사실상 '인재'에 가깝다고 입을 모읍니다.

대부분 사고지점 인근에서 지하터널 공사가 진행됐는데, 굴착공사 과정에서 토사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며 '공동', 즉 빈 공간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박창근/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그 많은 흙이 어디로 사라졌느냐가 제일 중요하잖아요. 땅속에 아무런 공사를 안 하면 아무런 싱크홀이 발생하지 않겠죠.]

명일동과 연희동 등 대형 땅꺼짐이 발생했던 사고 현장은 깨지기 쉬운 변성암 지질로, 외부 충격에 약하고 암석이 잘게 부서져 있는 단층 파쇄대가 넓게 분포돼 있는 걸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하 터널 공사 과정에서 이 단층 파쇄대의 토사가 흘러내리고, 순차적으로 땅이 꺼지면서 땅꺼짐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터널을 뚫고 들어오고 있었어요. 한때 취약한 지질을 만났다고 봐요. 단층 파쇄대라고 추정되는데 작업자들이 지하수가 안 나오다가 갑자기 나와서 피신했거든요. 그게 단층 파쇄대 징후예요.]

지질 분포와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공사 설계부터 진행 단계마다 정확한 지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왜 오판하기가 쉽냐면 지질이 복잡해요. 복잡한 데는 경험 많은 전문가가 현장에서 상주하면서 즉 시공회사나 설계회사에서 있어줘야 해요.]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조수인·박태영,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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