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30m에 고립된 20대 근로자의 헬멧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붕괴 사고로 지하에 고립된 20대 근로자가 13시간여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데는 구조대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1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굴착기 기사 A 씨는 11일 오후 3시 13분쯤 발생한 붕괴 사고로 지하 30여m 지점에 고립돼 있다가 밤샘 구조 작업을 통해 12일 오전 4시 27분쯤 무사히 잔햇더미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대형 크레인 와이어 줄에 매달려 경기도 특수대응단 대원과 함께 지상으로 나온 그는 몸에 별다른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립 초기부터 구조대원들과 전화 통화가 가능했을 정도로 의식이 명료했던 A 씨였지만, 토사 및 구조물 추가 붕괴 우려 속에 A 씨를 빼내는 작업은 구조대원들에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크레인으로 200㎏가 넘는 상판을 하나씩 들어 올린 뒤 땅 아래로 들어간 이준희 경기도 특수대응단 소방장과 조병주 소방위는 삽과 호미를 들고 조금씩 땅을 파내면서 A 씨를 찾아 나섰습니다.
구조물 틈새로 A 씨가 착용한 하얀 헬멧을 발견한 대원들은 A 씨 주변에 있는 철근을 10㎝씩 자르고 잔해물을 헤치며 땅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습니다.
6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대원들과 얼굴을 마주한 A 씨는 당시 쪼그린 자세로 하체가 흙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A 씨 얼굴과 상체 주위에는 폐기물 등이 쌓여있어 다행히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소방장 등은 오랜 시간 수분 섭취도 없이 몸이 눌려있었던 A 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초코우유에 빨대를 꽂아 마시게 했습니다.
A 씨는 구조 시간이 다소 지연되자 대원들에게 "제가 살 수 있을까요. 구조해주세요"라고 했고 대원들은 불안해하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몇살이냐. 어디 사느냐, 여자친구가 있느냐" 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지상으로 무사히 구출된 A 씨는 대원들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소방장은 "사고 현장에 설치된 상황실에서는 A 씨가 구출되자 그의 부모님이 아들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고 하는데 이 모습을 본 대원들도 울컥했다고 한다"며 "하루빨리 완쾌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봤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직 사고 현장에서는 포스코이앤씨 소속 50대 근로자 B 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구조대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빨리 구조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B 씨의 소재를 찾기 위해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의 기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 파악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구조당국은 이날 당시 B 씨와 함께 근무한 근로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그가 컨테이너 안에 있을 것으로 보고 컨테이너 6개가량의 내부를 수색했으나 B 씨의 소재를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진=이준희 소방장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