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드를 알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내가 놓치고 있는 흐름이 있는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트렌드 언박싱'.
큰 창업은 왕도와 같다
춘추전국시대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맹자(孟子)는 여러 나라를 다니며 왕들을 직접 만나 통치 철학에 대해 자문을 해주곤 했다. 그는 어느 왕을 상대하든지 간에 '여민동락(與民同樂)'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했는데, 이 말은 글자 그대로 "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뜻이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맹자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제나라 선왕(齊宣王)과 양나라 혜왕(梁惠王) 모두가 자신들이 소유한 정원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두 왕은 입을 모아 "우리가 가진 정원은 고대의 주나라 문왕(周文王)이 지녔던 정원보다 훨씬 작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오히려 왕실 정원이 너무 크다고 불평하며 원성을 높이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느냐?"라고 맹자에게 물었다.
이에 맹자는 주나라 문왕과 백성들의 관계를 예로 들며 조언을 건넸다. 주나라 문왕의 정원은 제선왕이나 양혜왕이 가진 40리보다 훨씬 넓은 70리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결코 그것을 '너무 크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맹자에 따르면, 주나라 문왕은 백성들이 자유롭게 나무를 하거나 짐승을 사냥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정원을 개방했다. 즉, 군주와 백성이 함께 그 공간을 누리며, 백성들이 생업을 해결하고 여가를 보내는 일종의 '플랫폼'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반면 제선왕의 정원에서는 사슴을 잡기만 해도 살인죄에 준하는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맹자는 이것이 "나라의 한복판에 사방 40리가 넘는 거대한 함정을 파놓은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결국 백성들에게 이 정원은 함께 누리는 공간이 아니라, 잘못 발을 들였다가는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위험한 구역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정원이 40리밖에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백성들은 그것이 지나치게 크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사실 당시 이 '정원'이라 불리는 공간은 단순히 꽃과 나무를 심은 조경 공간이 아니었다. 왕이 동원 가능한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인공적인 숲을 조성하고, 온갖 동물을 가져다 놓은 영유(靈囿)와, 연못을 뜻하는 영소(靈沼)로 구성된 호화로운 인공 생태계였다. 2천여 년 전, 지금처럼 기술이나 건축 지식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그러한 '신천지' 같은 공간을 조성하는 일은 대단한 성과였지만, 그것이 백성들의 막대한 노동과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 엄청난 노력이 정작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지 못한다면, 반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이야기는 언뜻 보면 고대 왕들에게 전해진 '통치철학' 또는 '덕치(德治)의 중요성'을 설파한 고사(故事)처럼 보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준다. 특히 맹자가 남긴 메시지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현대의 스타트업들에게도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한다. 맹자의 "여민동락"은 단순히 '좋은 마음으로 무료로 나눠라'는 구호가 아니다. 오히려 플랫폼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지속 가능하고 모두에게 이로운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가령 주문왕 시절의 동산은 백성이 일자리를 얻고, 생업을 해결하며, 여가까지 함께 누리는 거대한 '플랫폼'에 가까웠다. 단순히 "백성에게 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직접 정원 조성에 참여하고, 농사에 필요한 목재를 얻고, 사냥으로 식량을 마련하고, 여가에는 풍경을 즐기며 교류했던 공간이었다. 모두가 기여하고, 또 그 혜택을 함께 나누는 구조였기에, 백성들은 오히려 정원이 커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현대로 돌아와 보면, 이러한 맹자의 통찰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이 왜 '고객 및 사용자와의 상생'을 중시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많은 창업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빠르게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지만, 단순히 크기만 늘린다고 해서 시장과 대중의 지지를 영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크게 창업한다'는 것은 단순한 확장보다, 플랫폼 참여자들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왕도(王道)'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플랫폼 스타트업이 기억해야 할 두 가지 교훈
1. 플랫폼의 성장 = 참여자의 이익
맹자가 말한 "군주의 즐거움이 곧 백성의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는 통찰은, 플랫폼의 성장이 곧 참여자 모두의 이익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서비스가 커질수록 사용자 경험이 좋아지고, 파트너들의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대중의 지지를 얻게 된다. 반대로 특정 집단이 이익을 독점하거나, 수익성에만 몰두해 다른 참여자들을 소외시킨다면, 불만과 갈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카카오택시와 택시기사, 배달앱과 배달기사 및 식당 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플랫폼이 커졌음에도 "나에게도 이익이 있다"는 감각을 주지 못한다면, 그 플랫폼은 결국 '거대한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Freemium 전략과 '함정'의 경계
많은 스타트업은 초기에는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유저를 확보하고, 이후 점차 유료화로 전환하는 Freemium 전략을 택한다. 이는 널리 알려진 성장 방식이지만, 전환 시점에서 사용자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처음에는 "함께 누리자"고 해놓고,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이제는 돈을 내야 한다"고 하면 사용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기 쉽다. 이는 맹자가 말한 '나라의 중심에 함정을 파놓은 것'과 같다. 이런 전환은 예고와 설명, 점진적인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며, 참여자와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와 함께 공감하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기업만이 오래가고 성장할 수 있다. 맹자의 핵심 메시지는, 군주는 스스로의 판단만으로 기쁨과 근심을 정의하지 말고, 백성의 욕구와 필요를 기준으로 기뻐하고 슬퍼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 성장한 기업일수록, 단기 이익에 매몰되기보다 더 큰 가능성과 시장을 바라보아야 한다. 큰 창업은 결국 모두를 아우르는 '왕도'와도 같다.
함께 느끼고 함께 즐기는 큰 창업의 길
결국 창업기업의 성장은 사람들의 믿음과 지지를 얻는 과정이며, 그 핵심은 소비자와 공감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자세다. 맹자가 "군주는 스스로의 즐거움만 좇지 말고 백성의 욕구와 필요에 공감하며 기뻐하라"고 조언한 것도 이 맥락이다. 기업이 소비자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그 가치를 나누어야 고객 역시 "이 회사가 잘되어야 내게도 이득"이라고 느낀다. 이러한 상호 이익의 구조가 만들어져야 장기적 번영이 가능해진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