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아티스트 포트레이트'는 매 시즌 연주자 한 명을 선정하여, 오케스트라 협연은 물론 실내악, 리사이틀, 현대음악 초연, 해외 투어 등 다양한 형식의 무대를 통해 그 예술가의 음악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한 협연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연주자 간의 긴밀한 예술적 파트너십을 통해 동시대 클래식 음악의 흐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 음악가(Artist in Residence)' 제도와 본질적으로 유사합니다. 모두 한 명의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시즌을 구성하며, 단발성 초청이 아니라 예술가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다양한 형태로 소통하는 협업 모델입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역대 '아티스트 포트레이트'는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을 아우릅니다. 2019/2020시즌에는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Antoine Tamestit), 2023/2024시즌에는 피아니스트 베르트랑 샤마유(Bertrand Chamayou), 2024/2025시즌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Lisa Batiashvili)가 각각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조성진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한국인이 되었습니다.
조성진은 오는 9월 유럽 투어로 LSO의 아티스트 포트레이트 활동을 시작하는데, 동유럽과 중부 유럽을 포함해 런던 바비칸 센터 공연(9월 18일)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안토니오 파파노(Antonio Pappano)의 지휘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할 예정입니다. 또, 11월에는 작곡가 신동훈이 조성진을 위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의 세계 초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2026년 2월에는 지아난드레아 노세다(Gianandrea Noseda) 지휘로 쇼팽 협주곡 2번을 다시 연주하고, 스페인 투어에도 나섭니다. 이밖에 LSO 세인트 루크스(LSO St. Luke's)에서 실내악과 리사이틀 무대에도 오를 예정입니다.

조성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2번을 "매우 러시아적인 작품입니다. 차가운 풍경 속 차가운 바람 같지만, 어딘가 따뜻한 느낌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쇼팽 협주곡 2번에 대해서는 협주곡 1번보다 더 좋아한다고 밝힌 적도 있죠. 특히 "2번의 2악장은 쇼팽이 쓴 곡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며 애착을 드러냈습니다. 신동훈이 작곡한 신작 협주곡의 세계 초연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조성진은 "신작을 초연하는 건 언제나 특별합니다. 동훈은 매우 독창적인 목소리를 지녔고, 그의 음악은 감정적으로 명확하면서도 현대적인 깊이를 갖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조성진과 LSO의 협업은 쇼팽 콩쿠르 우승 후인 2016년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스튜디오 녹음으로 시작됐고, 이후 지아난드레아 노세다(Gianandrea Noseda), 사이먼 래틀(Simon Rattle)과 함께 유럽과 아시아에서 공연을 이어왔습니다. 그는 "피아노 협주곡은 피아노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케스트라와의 소통이 중요하죠. 지아난드레아와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그런 점에서 정말 훌륭한 파트너들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성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KD슈미트는 "조성진은 2016년 LSO와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녹음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협업을 이어왔다"며, "이번 아티스트 포트레이트는 그 협업의 결실이자, 예술가로서 새로운 장을 여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전했습니다.
조성진은 현재 2024-2025시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 음악가로 활동 중입니다. 상주 음악가로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와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 협연, 브람스·바르토크·리게티 등 헝가리 음악 중심의 실내악 무대와 신동훈의 작품이 포함된 카라얀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또, 현지 시각 4월 29일에 열리는 라벨의 피아노 독주 전곡 리사이틀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International Chopin Piano Competition) 우승을 통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지만, 진정한 음악가로서의 성장은 그 이후의 행보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지만, '쇼팽 스페셜리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라벨과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음악 세계의 폭을 넓혀 왔습니다. 또, 동시대 작곡가들의 신작 초연에도 참여하면서 '현재 진행형 음악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죠.
베를린 필과 런던 심포니, 유럽 최정상급 두 오케스트라가 잇따라 조성진을 시즌의 중심 연주자로 내세운 것은, 그가 단순한 협연자를 넘어 오케스트라와 예술적 방향성을 공유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연주자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조성진이 베를린 필 상주음악가로 선정됐을 때 스브스프리미엄 칼럼([스프] 조성진, 한국인 최초 '베를린 필 상주음악가' 되다…이게 무슨 의미냐면)에도 썼지만 이는 쇼팽 콩쿠르 우승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성취입니다. 한국 관객들은 오는 6월로 예정된 국내 리사이틀 투어에서 조성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10년,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 음악 세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진=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