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고민들 짚어보는 순서입니다. 갈수록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돌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탓에 젊은 층이 기피하다 보니, 70대 노인을 60대 요양 보호사가 돌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김덕현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치매를 앓고 있는 77살 정 모 할머니의 집.
지자체에서 연결해 준 이웃들이 주기적으로 와서 식사를 챙기고 일상을 살피는데, 이웃들도 나이는 60대입니다.
[이정은/영등포구 요양보호 가족 휴식제도 돌봄봉사단 : 얘기하다 보면 부모님 생각도 나고 더 잘해 드려야겠다, 딱 문 열고 들어가면 정말 좋아하셔서. (아주 좋아.)]
건강이 더 안 좋으면 장기 요양 등급을 받아 '요양 보호사'의 돌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들의 평균 나이는 61.7세.
젊은 층 비율은 1%도 되지 않습니다.
종일 이어지는 고된 근무에 낮은 임금 등 열악한 환경 탓입니다.
[이경애/고흥군 요양보호사 : 주간도 있고 야간도 있고, 교대근무가 있으니까 한 명이 (입소자) 4~5명을 볼 때도 있고….]
이렇다 보니 자격증 취득자들 가운데 실제 일하는 사람은 23%에 그칩니다.
반면 초고령화에 1인 가구 증가로 돌봄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올해부턴 수요가 공급을 앞서 요양보호사 3,700여 명이 모자랄 걸로 예상되는데, 3년 뒤에는 그 격차가 11만 명 이상, 크게 벌어집니다.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이곳 전라남도는 10년 전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는데 일부 지역은 인구 절반 가까이가 어르신들입니다.
노인 비율이 45.7%로 전남에서 가장 높은 고흥군.
지은 지 1년 남짓 된 최신식 요양원이 있지만 절반은 비어 있습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입소자 2.1명 당 요양보호사 1명이 있어야 하는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황규빈/고흥군 요양원 시설장 : 수시로 모집 공고는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젊은 층의 분들은 전혀 없는 실정이고, 선생님들이 먼저 채워져야지 어르신들이 들어올 수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전남 신안군의 한 요양병원은 만성 적자에 2년 전 군 직영으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구인난으로, 직원들 업무가 늘고, 또 빈자리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대규/신안군 공립요양병원 행정국장 : 우리는 250만 원 준다고 해도 20만 원 차이면 차라리 20만 원 안 받고 목포에서 근무하겠다, 타 도시에 가서 이렇게 또 알아보기도 하고….]
지난해부터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비 지원도 대폭 축소됐습니다.
그 결과, 요양보호사 교육 기관과 자격증을 따는 사람 모두 줄었습니다.
[곽효민/대한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협회 사무총장 : 기존에 정원 40명 한 반을 운영했다면 절반도 안 되죠. 10명 내외, 1/4 이상 줄었다고 보시면 돼요. 계속 충원돼야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데….]
지난 2006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젊은 층이 부모를 돌보려고 직장을 그만두는 '개호 이직'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루빨리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노인 돌봄 대책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박소연·박태영·이예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