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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리해서 무능한…관료 조직 개혁하려면?"

- 노한동 前 문화체육관광부 서기관 ·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작가 인터뷰

안녕하세요. 미래 사회를 위한 사회적 실험과 깊이 있는 통찰, 혁신적인 도전을 소개하는 뉴스레터, SDF(SBS D포럼) 다이어리입니다. 완연한 봄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떤 뉴스를 관심 있게 보고 계신가요? SDF는 정치 갈등이 격화되고 국내 산업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우리 사회가 향후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할 중요 이슈들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 소개해 드릴 인터뷰이는 10년간 공무원으로서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공직사회의 현실을 구조적으로 짚은 노한동 작가입니다. 노 작가는 지금 대한민국의 관료 조직이 무의미한 노동과 쓸데없는 규칙, 구조적 비효율과 책임 회피, 무기력한 일상과 좌절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합니다. 또한, 관료 조직의 개혁 방안으로서 순환보직 제도 개선을 통한 전문성 제고, 책임에 걸맞는 권한 강화, 가짜 노동을 만드는 관행 타파 등을 언급합니다.

SDF
노한동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와 함께 최근 출간한 책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쓴 노한동이라고 합니다. (대학교 3학년이었던) 201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간 사무관, 서기관으로 일하다가 퇴직했고요.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공무원을 꿈꿨던 건 아니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던, 그냥 공부 좀 잘하는 문과생이었습니다. 그러다 공무원이 명예도 있고 좋아 보여서 선택하게 된 것이고요. 책은 지난해 12월 말에 출간됐고,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책을 출간한 지 석 달 정도 지났습니다. 그동안 들은 피드백이나 반론 중에서 인상 깊은 것이 있었을까요?

한 강연 자리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오래 근무하신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지방자치단체는 현상 유지만 해도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인데, 중앙부처에서 일한 경험만으로 '왜 현상 유지밖에 못 하느냐', '공무원이 더 나아가야 한다'고 비판하는 건 너무 좁은 시각이라는 것이었죠. 사실 그분 말씀을 듣기 전까지는 저도 그런 관점을 깊이 생각해보진 못했어요. 그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다양한 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것이 중앙부처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관점의 차이가 있다는 걸 느끼긴 했지만, 제 생각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Q. 공직사회가 다양한 단위가 함께 움직이는 조직이다 보니, 작가님의 경험이 모든 걸 대변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의견이었던 같습니다.

사실 그건 누구도 대변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대통령이라 해도 모든 걸 다 볼 수는 없다고 봐요. 대통령은 아주 높은 수준의 행정과 정치만을 볼 수 있고, 지자체에서 일하시는 분도 그분 나름의 단위만 경험하시는 거죠. 결국 우리 모두는 경험의 한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경험을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감되게 일반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모든 경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할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까지 가는 건,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실 책을 내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중앙부처 공무원의 삶을 이렇게까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세계를 꺼내 보여줬다는 데 자부심이 있고,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비판을 한 만큼, 인간적인 단절이나 부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글을 쓰기 전부터 충분히 고민했고, 감내할 각오도 되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꼭 한번 꺼내보고 싶은, 논의할 가치가 있는 주제였기에 지금도 책을 쓴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순환보직이 만든 '아무것도 모르는 간부들'…이제는 바꿔야 할 때"

노한동

Q. 지역 소멸, 인구 위기, 기후 위기, AI의 급격한 발전, 이런 어젠다들에 대해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곳이 바로 공직사회일 텐데요. 지금의 공직사회가 변화에 능동적으로, 충분히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공직사회가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현상 유지 중심의 기존 행정 구조로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전례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사고와 실행력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순환보직처럼 1~2년마다 사람을 바꾸고 행정의 일반 원리로만 접근하면, 전문성도 쌓이지 않고 실행의 연속성도 없어서 결국 도돌이표만 반복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처럼 완전히 새로운 의제가 있지 않습니까? AI에 저작물성을 부여할 것인지, TDM(텍스트·데이터 마이닝) 같은 기술을 활용할 때 저작권 면책 규정을 둘 것인지 같은 논의요.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3년째 협의체를 반복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그 사이에 국장, 과장, 사무관이 계속 바뀌고 있거든요. 지금의 체계로는 근본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결국, 이건 '무엇을 일로 정의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성과'를 만들어내는 걸 일로 정의하고 거기에 경쟁과 책임이 따르는 구조라면 변화에 훨씬 빠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공직사회는 실제로 그 일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시켜놓고 그걸 '취합'하는 것을 일로 정의합니다. 그러니 누가 진짜 어떤 성과를 냈는지도 불분명하고, 경쟁도 없죠.

더 나아가 저는 공직사회의 '계층 구조'가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장까지는 일선에서 일한다고 보지만, 그 위 국장, 실장, 차관보, 차관, 장관까지 이어지는 계층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구조는 동일한 제품을 반복 생산하던 산업화 시대엔 적합했을지 모르지만, 전례 없는 변화에 대응하는 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장관이 "AI 저작권 문제에 대응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 누구냐"고 해서 실무급 서기관, 사무관 몇 명을 모아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3년이든 5년이든 책임 있게 성과를 내도록 맡기는 방식이죠.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처럼 팀–과–과장–국장–실장–차관 구조로 대응하려 한다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Q. 부처의 수뇌부는 선출직이나 임명직,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경우가 많다 보니, 이들과 늘공(직업 관료) 사이의 니즈와 접근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정책을 수행했던 공무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공직사회 전체가 얼어붙는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우선 하나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료제가 장기적 시야를 가진 조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단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관료 조직은 일주일 안에 와르르 대책을 내놓습니다. 6개월, 1년 뒤에는 그 문제를 기억하지도 않아요. 그렇기에 정치인, 즉 어공이 그런 장기적 과제를 챙겨야 하는 존재입니다. 두 번째로는 더 구조적인 문제인데요. 미국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번갈아 정권을 잡더라도, 모두가 공감하고 합의하는 핵심 국가 의제들이 있습니다. 이를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부르기도 하죠. 예를 들어, 중국은 미국의 주요 경쟁자이고, 국방 위협의 순위는 중국–러시아–이란과 북한 순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정파를 막론하고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공감대가 있으면 관료제도 일관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요. 북한에 대한 시각만 봐도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정책 방향도 완전히 달라지고, 관료들은 그 사이에서 누구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는지에 따라 책임까지 지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예를 들어 체육 정책을 보세요. 전 정부에서는 생활체육 중심으로, 학생들은 주말에만 리그에 참가하고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향이었어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나니 엘리트 스포츠 중심으로 다시 전환됐습니다. 이 정책들을 실행한 건 같은 부서, 같은 실무자들입니다. 정책 방향이 정권마다 완전히 달라지다 보니, 실무자는 "나는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는 혼란을 겪게 되는 거죠. 결국 정치권이 어떤 기본적인 방향성과 공감대, 합의된 영역을 설정해 주지 않으면, 관료제는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고, 어공과 늘공의 건설적인 공존도 어려워집니다. 저는 정치가 그 합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관료도 정책에 사명감을 갖고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된 국가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Q. 2년 단위 순환보직제의 개선을 대안으로 언급하셨는데요. 어떻게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지난달 28일, SBS 목동 사옥에서 노한동 작가와 인터뷰 중인 SBS 류란 기자

제가 말하는 개선안은, 모든 사람에게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에 한해 보직을 더 오래 맡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축구에서 공격수, 수비수, 미드필더, 골키퍼를 1년마다 계속 바꾼다면 제대로 골을 넣거나 막을 수 없겠죠. 순환보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순환보직제를 운영한다는 명분이 있다 해도, 이 정도로 일반직 공무원을 예외 없이 돌리는 나라는 없습니다.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영국도 그렇지 않죠.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문제 중 하나는, 경력과 커리어는 화려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고위직들입니다. 다양한 보직을 거쳤지만 전문성이 쌓이지 않고, 결국 조직 관리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죠.

또 하나는 인사에 있어 대화가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내가 어떤 업무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어필하는 시스템이 공직사회에는 사실상 없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의견 개진 절차가 있지만 실제로는 장기판 말 돌리듯이 인사가 이루어집니다. 결국 승진에 유리한 자리를 누가 배정받느냐가 가장 중요해지고, 전문성이나 업무 적합성은 뒷전이 됩니다. 30년 가까이 함께 일하는 공동체 속에서 연차별로 누구는 어디를 가야 한다는 '공통의 룰' 같은 것이 존재하고, 그 자리에 가면 승진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진정한 의미의 성과 중심 인사가 아니라,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구조인 셈이죠. 기업처럼 파격 승진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구성원들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방식도 공직사회에선 거의 불가능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성이나 창의성을 유인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부재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구성원들에게 욕구가 없는 건 아닙니다. MZ세대는 조직에서 실·국장이 되는 게 꿈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안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조직 밖에서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전문성을 쌓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입니다. 문제는 조직이 그런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공직사회가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 저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재들이 들어오고, 남아 있고, 또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욕구는 충분히 있는데, 그걸 조직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노한동

"현장도, 전문성도 사라진 조직에서 혁신은 가능한가"


Q. 언급하신 것처럼, 젊은 세대에서 공무원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많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괴리감'에서 찾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전문성이나 보람의 문제도 있지만, 여기에 더해서 도덕적 기대와 사회적 인식 사이의 괴리가 굉장히 큽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에서 공무원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비율이 무려 85.3%에 달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공무원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은 굉장히 높죠. 김영란법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거고요.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절대 흠 없이 살아라'고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늘 부정적인 시선으로 욕을 먹는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이런 괴리를 '사명감'으로 묻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 세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돈도 적게 주고, 여기서 전문성도 못 쌓고, 나만의 브랜드도 만들 수 없는데, 왜 욕까지 먹어야 해?" 이게 지금 젊은 세대가 공무원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임용 이후 5년 이내 퇴직한 공무원들은 4년간 두 배 넘게 급증했으며, 이렇게 퇴사한 신규 공무원들은 주로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거나, 로스쿨 같은 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한 걸로 알려졌다. 출처: [뉴블더] 떠나는 공무원들…"권한은 없는데 책임만" (SBS 뉴스브리핑, 2025.01.20.)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충주시청의 김선태 주무관, 이른바 '충주맨' 사례죠. 이 사례를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훌륭함'이지, 조직이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한 결과는 아닙니다. 그 개인을 조직이 어떻게 잘 지켜줄 것이냐는 건 충주시가 고민해야 할 몫이겠지요. 더 우려되는 건, 충주맨의 성공을 보고 무분별하게 따라 하려는 분위기입니다. 끼 있는 직원에게 억지로 춤추게 하거나, 인터넷 밈 따라 하라고 시키는 식이에요. 충주맨은 기초지자체 브랜드 홍보라는 목적이 있었기에 그 방식이 맞았던 거지, 다른 정부기관들이 따라 한다고 해서 실익이 있느냐는 겁니다. 일반 국민 대상이 아니라 특수한 이해관계자와 일하는 조직도 많잖아요. 기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지 않고, 그냥 유행만 따라가는 이런 태만한 방식이야말로 우리 공직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공무원 사회 내부의 구조적 문제 외에도 정책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있지 않을까요? 관련해, 직접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대표적으로 프로스포츠 암표 문제가 떠오릅니다. 암표는 원천적으로 없어지기 힘든 시장입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이익이기 때문에 참여자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거래거든요. 물론 그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불만이 클 수 있지만, 시장 참여자만 보면 자발적이고 상호이익적인 구조입니다. 그래서 해결 방식에는 두 가지 갈래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장 친화적으로 합법적인 리세일(재판매) 플랫폼을 도입해서 어느 정도 거래를 허용하고 그 이익을 구단이나 연맹과 나누는 방식, 또 하나는 법으로 원천 차단하고 처벌하는 방식입니다. 영국, 미국, 일본 같은 나라는 전자의 모델을 채택합니다. 예컨대 영국의 경우 축구 티켓 재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지만, 공식 지정된 플랫폼에서는 허용합니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이런 방향으로 가려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을 지원해 'KBO 리셀 앱'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이 앱 안에서 정가의 130% 이내에서 티켓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거래도 활발했고, 2차 시장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정치권과 언론이 "문체부와 KBO가 암표를 조장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이후 앱 내 거래 허용 범위도 정가 100%로 제한되었고, 결국 리셀 앱은 흐지부지 사라졌습니다. 관련 법도 개정됐습니다. 원래는 오프라인 암표 거래만 처벌하던 것이었는데, 공연법, 국민체육진흥법 등에 온라인에서 웃돈을 붙여 파는 행위를 부정 판매로 규정하고 매크로를 이용하여 구매한 티켓 판매는 처벌하는 조항을 추가한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도 보시면 KBO리그는 매진이 자주 되지만, 암표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잖아요. 현실적으로 행정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암표 단속에 전력을 다할 수는 없는데도 법과 제도만 강화하면 해결될 것처럼 선언적 접근을 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이면 구단들도 자발적 단속 의지가 없습니다. 2차 시장에서 이익을 쉐어하지 못하니까, 암표를 잡아도 실익이 없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선예매나 유료 멤버십 등으로 1차 티켓 시장에서 사전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만약 애초에 시장 친화적인 규제를 도입했다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플랫폼과 구단이 직접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매크로를 이용하는 암표상을 단속할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했을 겁니다. 경찰은 행정력의 한계로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구매와 판매 행위를 일일이 들여다 보기 어렵다는 현실의 제약 조건을 인정하면서도, 2차 시장에서 이익을 향유하는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단속에 나서는 식으로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정책은 선언적·처벌 중심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떻게 작동할지를 중심에 두고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그런 접근을 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Q.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시도 중인 정부 개혁 모델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공직사회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는데, 우리나라 공직사회에도 그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노한동

우선 전제부터 다릅니다. 미국은 본래 엽관제, 즉 정권이 바뀌면 공무원도 함께 교체되는 제도를 운용하던 나라입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이 커지자 1883년에 '팬들턴 법'을 제정해 직업공무원제를 도입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엽관제 전통이 강한 나라입니다. 대통령이 1급 공무원은 물론, 고위 공무원단(우리나라 국장급) 중 10%도 임명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러 역사적 배경 속에서 시험 중심의 직업공무원제가 뿌리내린 나라입니다. 국민들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도 매우 높고요. 그런 점에서, 트럼프와 머스크식의 개혁 모델—즉 일 못하는 공무원을 솎아내겠다는 방식—은 결국 엽관제 확대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리 제도와는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봅니다. 트럼프는 1기 때 '스케줄 에프(Schedule F)'라는 행정명령으로 대통령이 직업공무원을 임의로 해임할 수 있는 제도를 추진했고, 2기에도 유사한 계획을 예고했죠. 머스크식 개혁과 트럼프의 엽관제 확대는 사실상 하나의 세트로 봐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엽관제 전통이 없고, 공정성과 시험제도에 대한 기대가 높은 나라에서 그런 제도를 이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도적 경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다만 이들의 문제의식 자체는 두 갈래로 나누어 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일 안 하는 공무원이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합니다. 누구나 공무원의 비효율 문제는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두 번째, 숨겨진 문제의식은 '내 말을 안 듣는 공무원이 많다'는 것이죠. 이건 결국 충성 여부나 정치적 편향성과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시각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결국 공직사회가 정권의 눈치만 보게 되고, 개인의 심기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임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우리 사회가 그런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문제의식은 일부 공감하되, 해법은 우리 제도와 현실에 맞는 방식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Q. 산업화 시대의 추격자로 기능해온 기존 국가 시스템이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전환기에 걸맞은 '혁신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공무원 사회는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앞서 말씀드린 몇 가지 답을 연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우리 공직사회는 지나치게 계층화되어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수직적 조직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는 거죠. 지금 같은 전환기에는 이런 구조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대신 프로젝트 중심 구조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장관이 특정 사안에 대해 서기관에게 직접 3~5년간 책임을 맡기고 결과를 내게 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실제로 일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제가 문체부에서 '스포츠 산업 실태조사'를 직접 담당한 경험이 있는데요, 이 조사는 이전에는 공공기관이 전체를 턴키 방식으로 맡아서 수행하고 문체부에 결과를 보고하는 구조였습니다. 콘텐츠산업이나 관광산업 통계처럼요. 그런 경우엔 담당자가 실제로 아는 내용은 두세 장짜리 요약 보고서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깊이 있는 문제 인식이나 개선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죠. 저는 통계 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실제로 통계 수치가 왜 나왔는지를 '몸으로 부딪치며'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해 매출액이 급증했는데, 원인을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갑자기 운동을 많이 한 게 아니라, 단순히 모집단 정비를 열심히 해서 조사 대상 업체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모집단 정비 기준을 세워야겠다", "통계 변화에 대한 주석을 붙여야겠다"는 실질적인 개선 논의가 가능해졌죠. 그런데 턴키로 맡기면 이런 건 보이지 않아요. 숫자만 받아들이게 되고, 근본 원인이나 개선 방향을 고민할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게 바로 공무원이 직접 '일'을 해야만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진짜 부딪쳐보고, 시행착오를 겪고, 현장과 마주해야 그 안에서 바꿔야 할 지점과 방법들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직사회가 진정으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계층구조 해체, 프로젝트 중심 전환, 그리고 '실제 일하기'라는 기본을 회복하는 세 가지 방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한동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사람이 있으실까요? 특정 인물이나 그룹, 어느 쪽이든 괜찮습니다.

할 수 있다면, 어공이 되실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청와대든 대통령실이든 명칭이 뭐든 간에, 그 안에서 일하게 될 비서관, 행정관 등 임명직 공무원들은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관료에게 안 당한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분들이 결국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은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관성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쉽지 않은 상대들이고, 공직사회가 만만한 구조가 아니라는 걸 미리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SDF
10년 간의 공무원 생활을 통해 노 작가가 들려준 공직사회의 현실과 과제, 어떻게 들으셨나요? 노 작가의 비판에 동의하시나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을 두고 다양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노 작가가 제기한 화두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덕분에 활발한 공론화가 시작됐다는 점일 겁니다.
노한동

글: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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