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이 꺼졌어도 돌아갈 집이 사라져 버린 주민들은 언제쯤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약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보탬이 되겠다며 전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고, 화재 현장에서는 오늘(29일)도 많은 분들이 분투했습니다.
신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 틈 사이로 연기가 다시 피어오르고, 진화 헬기는 연신 물을 쏟아붓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산불진화대원들은 잔불 정리용 갈퀴를 손에 들고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산불을 박살을 내고 갑시다!]
등산로도 아닌 험한 산길을 성큼성큼 오르고, 잔불이 번질 수 있는 곳에서는 흙과 낙엽을 뒤엎으며 직접 방화선 구축에 나섭니다.
[경주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 불이 타서 내려올 때 이 방화선 때문에 불이 더 이상 넘어오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
산 바로 아래 마을에서는 소방대원들도 다시 경계 태세를 갖춥니다.
[정재훈/안동소방서 현장대응단장 : 어제까지도 차량들을 배치했다가 아침에 다 뺐는데 (산불이) 다시 살아나니까 (차량을) 다시 전진 배치했죠. 최소 일주일 동안은 잔불 감시를 해야 해요. 언제 또 불이 살아날지 싶어서요.]
---
큰 불은 잡았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재민들.
83살 서순옥 할머니는 급하게 대피하느라 배낭 하나 겨우 챙겼을 뿐입니다.
[서순옥/이재민 : 별것도 없어. 영감 다리 아프니 영감 약, 내 약. 뭐 있나? 수건. 완전히 (집이) 주저앉아버리고 하다못해 숟가락 하나도 없어요.]
저희가 서순옥 할머님이 알려주신 집 주소로 찾아와 봤는데요, 숟가락 하나 건질 게 없다라는 게 어떤 표현인지 실감이 납니다.
보시면 항아리가 다 깨져있고요.
운동기구같은 경우도 다 타서 뼈대만 남아있습니다.
여기가 어떤 공간이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장은 처참합니다.
---
인근 체육관에 마련된 또 다른 이재민 대피소.
전국 곳곳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로 종일 붐볐습니다.
[안재자/이재민 대피소 자원봉사자 : 따뜻한 밥 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가 도울 건 이런 거밖에 없으니까.]
대피소 생활이 따분할 아이들을 위해 놀이공간도 마련됐습니다.
[배금숙/이재민 대피소 자원봉사자 : 보드게임 같은 거 할 때 애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저희들이 오늘 아마 어제보다 조금 더 챙겨서….]
전국 산불 이재민은 6천800여 명.
온정의 손길이 피해 지역 곳곳에 닿고 있지만, 한순간에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오늘 밤도 임시 대피소에서 선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김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