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대령은 페이스북에 "707 특임단의 출동은 통수권자의 정당한 명령이었다", "오직 건물 봉쇄 및 확보 임무만을 수행했으며,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 명의 국민도 다치지 않았고, 부대원들은 억울하게 폭행, 폭언을 당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국민들의 모습, 시국선언 이어가는 대학생들의 외침이 떠오른다"고 적었습니다.
정치중립 의무를 엄수해야 하는 군인들의 SNS 활동은 조신한 편인데 김현태 대령의 SNS는 참 다릅니다. 김 대령의 페이스북 글들은 다분히 정치적입니다. 거짓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내용도 있습니다.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의원 차단이 정당한 명령?
국군통수권자의 707 특임단 출동 명령이 정당했는지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사안입니다. 누구도 시비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군을 동원해 정치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 사건이라서 위헌과 위법 판결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정당했다는 김 대령의 강변은 현재 시점에서 옳다고 볼 수 없습니다.

김 대령은 707 특임단의 임무를 건물 봉쇄 및 확보로 한정했지만 707 특임단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봉쇄뿐 아니라, 의원 차단 명령의 하달과 복명의 증거가 있습니다. 김현태 대령은 작년 12월 3일 밤 11시 46분 텔레그램 대화방에 "본회의장 막는 거 우선", "진입시도의원 있을 듯", "문 차단 우선", "이후 진입차단 막고"라고 공유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 봉쇄에 그치지 않고,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진입도 막으라는 지시로 풀이됩니다.
김현태 대령은 "곽종근 사령관의 지시를 복명하고 암기하기 위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렸다"며 부하들에게 의원 진입 차단 명령을 하지 않은 것처럼 주장합니다. 하지만 본회의장과 본청 봉쇄, 의원 차단 등 김 대령의 글이 텔레그램에 뜰 때마다 국회 현장의 장교들은 "수신완료" 또는 "예"라며 김 대령의 명령을 접수했습니다. 곽종근 사령관-김현태 대령-현장 지휘관 순으로 의원 진입 차단 명령이 정확하게 내려갔다는 증거입니다. 계엄 해제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의원의 국회 진입 차단도 정당한 명령일까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삼엄한 계엄 때도 계엄군은 국회를 빙 둘러 봉쇄했을지언정, 침투하지 않았습니다. 707 특임단은 유리창 깨고 국회 본청에 진입해 본청 이곳저곳을 누볐습니다. 지하의 전기도 끊었습니다. 군사정권의 공수부대도 안 했던 국회 침탈을 윤석열 정부의 707 특임단은 했습니다. 군이 12·3 계엄에서 가장 아파하는 장면도 707 특임단의 국회 침탈입니다. 김현태 대령은 이를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707이여, 눈을 들어 해병대를 보라
김현태 대령은 페이스북에 "단 한 명의 국민도 다치지 않았다", "부대원들이 억울하게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올렸습니다. 또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과 백호정신으로 그 어려운 시간을 견뎠다"고도 했습니다. 국회 침탈의 부적절함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국회 작전 중 부대원들이 시민들에게 맞은 것을 억울하게 여겼습니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 본관에 총 들고 침입해 놓고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작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1979년 10월 부마 민주화 항쟁 때 일입니다. 해병대 1사단 7연대의 71대대, 72대대, 73대대가 부산에 투입됐습니다. 군사정권은 실탄 무장의 서슬 퍼런 명령을 내렸지만 7연대는 포항의 부대에 실탄을 두고 갔습니다. 7연대의 진압 방식은 '비무장 평화 대오'였습니다. 시위대가 던진 벽돌과 돌멩이를 이 악물고 맞았습니다. 1선이 무너지면 2선이, 2선이 무너지면 3선이 맞고 또 맞았습니다. "백성에게 양, 적에게 사자" 구호의 실천입니다. 시민들에게 맞은 것이 억울하다는 김현태 대령과 군말 없이 벽돌 맞은 해병대 7연대 중 어느 쪽이 진정한 군인일까요.
김현태 대령은 "계몽되었다"는 김계리 변호사의 최후진술을 거론하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국민들의 모습과 시국선언을 이어가는 대학생들의 외침이 떠오른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실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으로 앞으로도 당당히 나아갈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습니다. 본인의 입장문을 대신 내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습니다. 김현태 대령은 정치적 입장을 결정한 것 같습니다. 현역 군인으로서 탄핵 반대 진영과 뜻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2016년 4월 말 제주에 주둔한 해병대 9여단의 항만 방호 훈련 중 해병 8명이 사주경계 자세를 취한 채 강정마을을 차량 통과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진보적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강정마을에 총 든 군인들이 침입했다", "왜 공포 분위기 조성하나", "학교 앞에서 이럴 수는 없다"며 거세게 해병들을 몰아붙였습니다. 정상적 훈련 중 날벼락에 억울할 법도 한데 해병들은 입 다물고 고개 숙였습니다. 진보도, 보수도 군이 사수해야 하는 시민이고, 가치여서 그랬습니다. 정치중립은 군인의 기본 덕목입니다.
군인도 SNS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중립의 의무가 엄연한 바, 신중하게 SNS를 써야 합니다. 한쪽의 정치 진영으로 치우친 김현태 대령의 SNS 글들은 707 특임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 대령이 "2023년 12월 13일 단장으로 취임할 때 가장 행복했고 가슴 떨렸다"는 육군의 자랑 707 특임단을 계엄의 겨울 지나 꽃 피는 봄에도 정치에 휘말리게 할지도 모릅니다. 김현태 대령은 묵묵히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재판에 전념했으면 좋겠습니다.